삼성전자 이사5명 유가증권 헐값매각 손실/ 회사에 120억 배상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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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1-21 00:00
입력 2003-11-21 00:00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건넨 75억원과 관련,삼성전자에 7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검찰이 대기업의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 수사하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 김진권)는 20일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주주대표로서 이건희 회장과 김모(61)씨 등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는 70억원을,김씨 등 이사 5명은 연대해 1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88년 3월∼92년 8월 삼성전자에서 조성된 자금 75억원을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손배 소멸시효가 지난 5억원을 제외한 7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이천전기를 인수한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면서 276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이천전기가 2년 만에 퇴출기업이 된 것도 97년 외환위기 등 예측할 수 없는 악재가 겹친 탓으로 경영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영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성실히 업무를 이행했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1주당 5733원 이상에 팔 수 있었는데도 2600원에 삼성항공과 삼성건설에 매각,회사에 626억원의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회사와 경영진이 손실책임을 함께 져야 하기에 임원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1심에선 경영진의 책임을 100%로 판단했다.그러나 법원이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으로 순자산가치를 이용,검찰의 삼성그룹 편법증여에 대한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기준을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기업의 불법비자금 조성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을 당연하다.”면서 “다만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저가 매각,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손배 책임을 20%로 제한한 것은 지나치게 친재벌적인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박씨 등 소액 주주들은 98년 10월 20일 삼성전자의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모두 3500여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조승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은 이날 검찰에 엄정수사를 촉구했다.

정은주기자 ejung@
2003-11-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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