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 규정 되살린 호주제 폐지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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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30 00:00
입력 2003-10-30 00:00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3주간의 진통끝에 의결된 최종안은 입법예고안의 기본 골자인 호주 관련 조항 삭제,부성(父姓)강제 원칙의 완화,자녀의 복리를 위한 성(姓)변경 허용 등이 모두 담겼다.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금까지의 남성 중심 가족생활이 크게 바뀌어 인권이 향상되고 남아선호사상,이혼·재혼 가족의 고통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개정안에는 초안에 삭제토록 돼 있던 가족 개념이 되살려져 새롭게 규정됐다.가족 조항의 삭제가 가족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그러나 우리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이런 식의 가족 조항은 기본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본다.아무런 권리 의무 관계도 발생하지 않고 단지 심리적인 효과일 뿐인 이런 규정을 여론 무마용으로 법제화하는 것도 적절치 않거니와 개인적인 혹은 이미 다양해진 가족 개념을 짧은 법률적 표현으로 온전히 담아낼 방법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가족의 중심을 호주에서 부부로 바꾼 것은 진일보한 개념이지만 벌써 ‘부부,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운운한 조항의 해석에 대해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부모,동거하지 않는 자식은 가족이 아니냐는 등 구구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호주제 폐지는 40년간 여성계의 숙원이고 국민의 여론도 무르익은 만큼 국회는 처리를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국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가족 관련 규정 등을 깔끔하게 보완해 최선의 법안을 마련하고 회기 내 통과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3-10-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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