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최면 걸린 한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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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04 00:00
입력 2003-10-04 00:00
요즘 교육인적자원부가 뒤늦게 농어촌 교사 이탈 방지 대책을 만든다고 법석이다.가뜩이나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가 내년부턴 선생님조차 없는 학교가 될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퇴직 후 2년 경과라는 임용 시험 응시 요건 제한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불을 보듯 뻔히 예견된 사태였지만 교육부는 태평했다.그러다 11월23일 시험일이 코앞에 닥치자 화들짝 놀라 허둥대고 있다.‘어떻게 되겠지.’라는 고질적 무사안일이 빚고 있는 딱한 모습이다.

교육부는 이제 자기 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가식의 탈을 벗어 버려야 한다.교육 정책의 패착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이해와 건설적 문제 해결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교원 수급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근무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선 선생님이 부족해 초등 교육이 뒤뚱거리고 있다고 실토하라.교수진 등을 감안하면 교육대의 입학 정원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고,중등 교원을 활용하려니 초등 교사들이 전문성을 문제 삼아 반발하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털어 놓으라는 것이다.고령이라고 명예 퇴직시킨 교사들에게 다시 교단을 맡겨 놓고 초등학교 교육 문제 없다고 자기 최면 걸지 말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판교 신도시 학원 단지가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건설교통부는 서울 강남 문제를 해결한다며 경기도 판교 신도시에 사설학원 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교육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국정감사가 시작되어 질문이 제기되자 교육 부총리는 금시초문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결국 실무 책임자들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봉합되었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교육부가 연출한 한편의 드라마틱한 자기 최면극이었을 것이다.학원 단지를 용인한다면 공교육의 붕괴를 자인하는 게 되니 액션을 취해야 했을 것이다.

이제 사교육 최면극은 그만둘 때가 되었다.공교육 부실로 사교육이 보편화되었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진단에 맞는 처방을 마련하는 당연한 수순을 시작해야 한다.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입시학원의 교육실태 분석연구’를 보면 10명중 7명의 학생이 학원 수업으로 성적이 올라간다고 대답했는데도 공교육은 ‘정상’이라고 주장할 텐가.교사 10명중 7명은 학생들이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더 중시한다고 응답했는데도 공교육 성공이라는 최면 걸기를 계속할 것이냐는 것이다.1980년 과외 전면 금지령 이후 해마다 과외 억제 방안을 땜질해 내놓았지만 오히려 과외는 산업으로 발전해 번창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교육은 서둘러 종합 검진을 받아야 한다.전문 분야라는 이유로 경쟁력 측정의 성역이어야 한다는 최면극을 집어치워야 한다.내년도 교육 예산이 26조 3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선다.SOC 재원의 1.5배요,국방예산의 1.4배인데도 사교육비는 500만 농어민을 지원하는 예산과 맞먹는 10조원에 이르고 있다.학교가 싫다고 해마다 2만명이 유학을 떠나 45억달러 이상을 써대고 있다.퇴출 시스템도 없는 한국 교사들은 세계 정상급 보수를 받을 만한지 따져봐야 한다.

교육 당국이 가면을 벗어야 교육이 되살아 날 수 있다.교단이 집단 이기적 편집증을 떨쳐 버려야 교육은 되살아 날 수 있다.정책 입안자들은 교육의 문제를 의식 개혁으로 풀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학원을 다녀 성적이 올랐는데 학교 공부만 하라면 누가 순응하겠는가.출신 학교에 대한 경험적 평가가 있는데 학벌주의 나쁘다고 노래 불러서 타파되겠는가.중·고등학교에선 농어촌 교사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지금은 학생들이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지만,다음엔 학교는 안 다니고 학원만 다닐 수도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chung@
2003-10-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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