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신화를 쐈다/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서 56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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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03 00:00
입력 2003-10-03 00:00
‘따악’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은 달구벌의 밤하늘을 가르며 가운데 담장쪽으로 날았다.

홈런을 뜻하는 포물선이라기보다는 좌중간을 뚫을 듯한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였다.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그것도 잠시,이내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함성이 스탠드를 휘감았다.

청명한 날씨 속에 삼성 이승엽의 마지막 홈런을 염원하며 몰려든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 2일 롯데와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은 순식간에 축제의 도가니에 빠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축포와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는 사이 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은 전광판에 크게 아로새겨진 ‘56’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며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나는 웬만해서는 독기를 품는 사람이 아니다.그러나 오늘은 독기를 품었다.내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다짐을 지킨 그는 행복해 보였다.

지난달 25일 55호 홈런 이후 7일만에 맞은 6번째이자 시즌 마지막 경기.하지만 최소한 4∼5차례의 타석이 기다리고 있어 기회는 반드시 있을 터.기회는 그동안의 기다림에 비하면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0-2로 뒤진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마치 마음을 비운 듯 담담해 보였다.상대는 올해 두번째 등판이며 시즌 첫 선발로 나선 대졸 2년차 이정민.빠른 공을 주무기로 한 롯데의 기대주.

볼카운트 1-1에서 세번째 투구.가운데 조금 낮게 깔려오는 직구.순간 이승엽의 방망이가 바람을 갈랐다.

공은 거침없이 큰 원을 그린 방망이에 맞고 쭉쭉 뻗어가 아치(120m)를 그려냈다.‘국민타자’가 마침내 아시아의 ‘홈런 지존’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은 이로써 일본의 야구영웅 오 사다하루(왕정치·다이에 호크스 감독)가 지난 1964년 세운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기록을 무려 39년 만에 갈아치웠다.

일본에서는 2001년 외국인선수 터피 로즈(긴테스 버펄로스)와 지난해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 라이언스)가 거푸 오 사다하루에게 도전장을 던졌으나 모두 타이에 그쳤다.

한시즌 세계 최다홈런은 2001년 메이저리그의 거포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세운 73개.미국과 일본의 정규리그 경기수가 한국(133경기)보다 각각 29경기와 7경기가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승엽의 기록은 더욱 값지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에 이어 볼넷과 안타,2루타 등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하지만 삼성은 롯데에 4-6으로 졌고,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은 이정민은 데뷔 첫승을 챙겼다.

프로 9년차인 이승엽은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메이저리그에서 ‘라이언 킹’의 진가를 선보이게 된다.

대구 김민수 이창구기자 kimms@
2003-10-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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