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안락사 논쟁/어머니가 마취제 주사놓다 적발 죽음호소한 병상아들 끝내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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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27 00:00
입력 2003-09-27 00:00
|파리 함혜리특파원|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고통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아들을 안락사시키려다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면서 안락사 문제가 최근 프랑스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마리 흄베르(48)는 지난 24일 프랑스 북부 벡쉬르메르의 한 병원에서 3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 뱅상(22)에게 마취제의 일종인 펜토바르비탈을 주사하다 의료진에게 적발됐다.

그녀는 곧 바로 경찰에 연행됐으나 정상을 참작한 사법부의 배려로 24시간만에 감금상태에서 풀려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뱅상은 3년 전인 2000년 9월24일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말도 할 수 없게 됐으며 사지가 마비되는 불행을 당했다.유일한 의사소통 방법은 엄지 손가락으로 알파벳을 표시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통해 어머니 마리에게 고통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고 호소해 왔다.그러나 프랑스는 안락사를 살인으로 간주하고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뜻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유럽에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만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이기적인 의도가 없는 자살 방조는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이들 모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죽을 권리를 달라.’는 편지를 보냈으며 이들의 이야기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탄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뱅상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죽을 권리를 요구합니다.’(미셸 라퐁 출판사)라는 책을 썼다.177쪽에 이르는 이 책은 안락사가 시도된 다음날인 25일 출간됐다.

병상의 고통스러운 나날을 적은 이 책에서 뱅상은 “나는 유서가 될 이 책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썼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그는 책 말미에 “나의 어머니를 벌 주지 마세요.

그녀는 나를 위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을 한 것일 뿐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들 모자는 교통사고를 당한 지 3년째 되는 날인 9월24일 안락사를 한 뒤 다음날 세상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밝힐 계획이었다.뱅상은 26일 결국 죽어 자신의 소원대로 3년간의 고통을 끝냈다.

lotus@
2003-09-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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