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주사들 공무원 증원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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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26 00:00
입력 2003-09-26 00:00
“평주사(平主事)의 슬픔을 아시나요?”

내년 공무원 채용을 4000명 늘린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9∼6급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다.‘평주사’란 계장(팀장)을 맡아야 할 6급이 인사 적체로 보직을 갖지 못하고 계급만 주사로 된 경우로,공무원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대변하는 단어다.

후배가 많으면 좋아할 것 같은 하급직들이 그렇지 않은 까닭은 뭘까.행정자치부가 어느 규정에도 없는 평주사를 무더기로 탄생시킨 속사정과 관련이 깊다.갑자기 많이 뽑으면 ‘억지 계급’을 양산해 조직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공채인원이 급격히 늘어난 86아시안게임,88올림픽 전후로 공직에 발 들인 이들은 현재 서울 자치구마다 70∼80명씩 있다.2∼3년 안으로 인사에 ‘병목 대란’이 빚어질 전망이다.이들은 8급에서 8년째면 승급하도록 한 승진연한제에 의해 현재 대부분 7급이다.보통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하는 데 3∼4년,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는 데 10∼12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05∼2006년쯤이면 86·88년 채용된 이들이 무더기로 평주사를 달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 증원방침은 청년실업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희생자’를 양산하는 사태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서울시 일반직 직급별 인원현황을 보면 피부에 와닿는다.7급은 1만명이 넘는데 비해 6급은 절반 정도인 5541명이고 8급 6928명,9급 1755명이다.이에 따라 평주사들은 길게는 2년씩이나 선임자의 퇴직 등으로 보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처지다.

더구나 98년 IMF체제로 불리는 경제위기 이후 신규채용 없이 무조건 20%의 인원을 정리토록 하는 바람에 직급간 인력불균형까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부서마다 인원을 짜맞추다 보니 기능직이 행정직 업무를 보는 사례가 이젠 새롭지 않은 풍경이다.

서울 한 자치구의 인사과 직원 H(41)씨는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무원 숫자를 멋대로 늘리면 결국 피해자만 양산하는 꼴”이라면서 “미래 행정수요와 대민 서비스의 향상은 생각지도 않은 결과”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송한수기자 onekor@
2003-09-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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