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인사 입국 허용 취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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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20 00:00
입력 2003-09-20 00:00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해외에서 민주화 또는 반정부 활동을 펼치다가 친북 및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국내 입국이 사실상 봉쇄됐던 인사들이 어제 30여년 만에 고국의 땅을 밟았다.지금까지 입국에 족쇄로 작용했던 ‘준법서약서’를 폐지키로 방침이 정해진 데다,남북 화해 등 시대 상황 변화와 국내 관련단체의 끈질긴 요청이 거둔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아직도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해외 민주화 운동에 대해 보수와 혁신 양측 진영으로부터 엇갈린 평가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참여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조건없는 귀국’을 허용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결단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와 재독 통일운동가 김용무씨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공안당국으로서는 귀국 허용이라는 정치적 조치와는 별개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혐의 사실 확인 절차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이해된다.송 교수가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정대로 귀국해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 조율이 이뤄졌던 것으로 풀이된다.어쨌든 해외 민주인사 귀국 허용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층 일각에서는 송 교수 등에 대해 과거 냉전시대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이는 미전향 장기수까지 북으로 돌려보낸 시대 추세와 어긋날 뿐 아니라 이들의 귀국 허용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우리는 이번 행사를 해외 민주화 운동에 대한 합당한 자리매김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그래야만 국내외 통일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다.
2003-09-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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