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수해복구 행정 / 현장선 “복구일손 부족” 당국은 “할일 없다”자원봉사자 수재민 찾아 떠돈다
수정 2003-09-20 00:00
입력 2003-09-20 00:00
수재민은 도움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으나,자원봉사자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지 몰라 안타까워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수재민을 연결시켜줄 재해대책본부가 서류작성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신청 방치하는 마산시
지난 17일부터 경남 마산지역에서 의료·중장비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의료원 직원들은 마산시측이 지원이 필요한 지역을 안내해 주지 않아 3일째 외곽지역을 돌고 있다.삼성물산 관계자는 “마산에 도착한 날 시 재해대책본부를 찾아 피해지역을 문의했지만 ‘일손이 크게 모자라는 곳이 없다.’고 답변해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무턱대고 다니다 일손이 부족하다 싶은 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부터 복구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실천연합회는 직접 읍·면·동사무소 등에 전화해 마땅한 지역을 찾고 있다.연합회측은 “마산시에 문의했지만 답변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직접 나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태조사 무성의한 강원지역
사정은 2년째 태풍피해를 입은 강원지역도 마찬가지다.자원봉사자들이 피해지역을 문의하면 “고립지역이 너무 많아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듣기 일쑤다.
서울 휘경동에서 왔다는 자원봉사자 오동현(33)씨는 “인력이 필요한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읍·면 단위에서 제대로 보고가 안돼 알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해대책본부는 “우리도 일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현지 종합조사가 시작된 17일부터 공무원 절반 이상이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중앙 지원금을 한푼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 처지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재민들만 고통
하지만 피해주민들은 복구를 도울 일손에 목말라한다.주민의 노령화가 심각한 시·군 지역일수록 심각하다.마산시 구산면 원전마을 주민 박모(73)씨는 “부서진 집터를 정리하려고 해도 젊은 사람이 모두 도시로 떠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서 “전국에서 몰려온다는 자원봉사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전면 주민 최용출(68)씨는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복구지원금이 아니라 쓰레기더미라도 함께 치울 수 있는 일손”이라면서 “책상머리 공무원들이 사정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한편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수해 이후 자원봉사에 참여한 시민은 연인원 23만여명에 이른다.
마산 유영규 이세영
강릉 이두걸기자 whoami@
2003-09-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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