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상 ‘색다른 만남’/미니멀음악 대가 필립 글래스 새달 14·15일 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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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18 00:00
입력 2003-09-18 00:00
미니멀리즘 음악은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다.어렵기는커녕 유치할 만큼 단순한 화성과 선율을 지겨울 만큼 반복한다.어지간한 인내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끝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여느 현대음악과 다를 바 없다.그런데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마르셸 뒤샹(1887∼1968)이 전시장에 변기를 갖다 놓고 ‘옹달샘(fountain)’이라고 우겼듯이,단순하기 그지없는 음악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사실 미니멀리즘 자체가 ‘작가의 주관을 최소한으로 줄인 예술’을 지향하는 1960년대 미국의 젊은 미술가들이 태동시켰던 만큼 단순하지 않으면 미니멀 음악도 아니다.미니멀리즘의 바닥에는 뒤샹이 추구한 반(反)예술주의가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볼티모어 태생의 작곡가 필립 글래스(사진·66)는 스티브 라이히(67)와 함께 미니멀 음악의 양대 거장으로 꼽힌다.1997년 ‘쿤둔(Kundun)’으로 아카데미 작곡상 후보에 올랐고,지난해에는 ‘디 아워스(The Hours)’로 골든 글로브 작곡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그가 14명의 연주자로 이루어진 필립 글래스 앙상블을 이끌고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새달 14일과 15일 LG아트센터에서 ‘필립 온 필름’이라는 마당을 펼친다.

‘필립 온 필름’이란 글래스가 영상과 음악을 결합시킨 일련의 작업을 뜻한다.‘아니마 문디(Anima Mundi)’‘미녀와 야수’‘드라큘라’ 등의 작품이다.이번에는 가톨릭 신부였다가 사회운동가가 된 컬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과의 합작품인 ‘삶 3부작’ 가운데 ‘코야니스콰시’(14일)와 ‘포와콰시’(15일)를 선보인다.현대사회의 계속적인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삶 3부작’은 지난 여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조용하게’ 상영된 적이 있는데,필름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삶 3부작’은 영화·비디오·음반으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코야니스콰시’와 ‘포와콰시’는 호피족 인디언 말로 ‘균형 잃은 삶’과 ‘변형된 삶’을 뜻한다.환경과 테크놀로지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코야니스콰시’는 기술로 인한 혼돈과 붕괴,대량생산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자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미리 본 ‘코야니스콰시’는 대형빌딩을 폭파해체하는 모습이나 기차·탱크·비행기·자동차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여기에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화면보다 더욱 숨가쁘게 단순 선율을 반복해간다.그렇지만 단순한 반복 속에 최소한의 조작을 통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미니멀 음악의 특징 그대로다.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인 김승근(작곡가) 서울대 교수는 “필립 글래스를 초청해 이런 공연을 갖는 것은 한국 공연장도 비로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내년 통영음악제에 글래스의 ‘쿤둔’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2003-09-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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