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논란 확산 / 외교·정무라인 찬반 공개
수정 2003-09-18 00:00
입력 2003-09-18 00:00
찬·반 논쟁의 대표주자는 ‘청와대의 럼즈펠드’로 불리는 김희상 국방보좌관과,소신발언으로 이름난 ‘엽기 수석’ 유인태 정무수석이다.이들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과 정무라인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 의견차로 보기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쟁의 포문은 김 보좌관이 먼저 열었다.김 보좌관은 지난 16일 일부 기자들에게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제2사단 재배치가 연계됐다는 시사까지 했다.더 나아가 김 보좌관은 “모험적 투자가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라며 ‘화끈한 파병’을 주장하기도 했다.노 대통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면서 “추가파병을 주한미군 재배치와 연계시키지 말라.”고 당부한 것과 전면 배치되는 태도를 취한 셈이다.
이에 질세라,유 수석은 16·17일 잇따라 기자들에게 “굳이 전투병을 파병할 필요가 있느냐.”며 “나는 파병하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유 수석은 “잘사는 나라도 많은데 (미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 전투병력을 빼도록 파병을 요청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북한 핵문제도 한숨을 돌려 가닥을 잡은 상황인데 이 문제와 파병을 굳이 연계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뜻을 국회에 전달,협조를 구해야 할 정무수석의 이같은 발언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노 대통령과 유 수석의 사전교감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윤태영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두 사람의 ‘돌출 발언’에 화들짝 놀란 청와대는 윤 대변인을 통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청와대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를 ‘공론화를 위한 전략적 역할분담’이라고 바라보기도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 수석이나 김 보좌관이 청와대의 입장이 아닌,개인의견을 말한 것이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다.”면서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고위직에 있으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그는 “파병건으로 청와대나 정부내에서 직접적 토론은 아직 없었다.”면서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첫 토론이 이뤄지는 만큼 찬반 논쟁을 미리 가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
2003-09-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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