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하루새 1억 폭락 급매물
수정 2003-09-08 00:00
입력 2003-09-08 00:00
급매물 증가와 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건설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의무건설 비율 확대와 조합원 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조치가 나온 뒤 강남 재건축 시장에는 호가 위주의 가격 급등세가 멈췄다.은마,청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부르는 값이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급매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세 선회,중개업소 썰렁
중·소형 의무건축비율 확대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1대1재건축 단지.대치동 은마·청실,논현동 경복,잠원동 한신2·4차 아파트 등 대부분의 중층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된다.저밀도 아파트 단지라도 중대형 아파트 건립 비중을 높게 계획했던 곳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들 아파트는 당초 계획대로 현재 아파트보다 큰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면 중·소형 아파트 의무비율 확대에 걸린다.소형 아파트를 많이 지을 경우 중대형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된다.투자 수익률이 당초 기대치보다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9·5대책’에 대한 문의 전화로 시달렸던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투자자들이 가격을 낮춰 매물들을 내놓고 있다.최고 7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31평형은 거래가 중단된 채 7억원에라도 빨리 팔아달라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김치영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매물이 동이 나 부르는 값만 치솟다가 정부 대책발표 후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으며,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포3단지 16평형은 재건축 뒤 40평형을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돼 7억 5000만원에 거래됐었으나 ‘9·5재건축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7억원 이하로 떨어졌다.일부 중개업소에는 6억 7000만원이라도 좋으니 빨리 팔아달라는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시세가 7억원선에 형성됐었던 반포2단지 18평형도 급매물이 나오면서 값이 6억 7000만∼6억 8000만원까지 빠졌다.
강동지역 재건축아파트도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4억 5000만∼4억 6000만원에 거래됐던 둔촌주공 1단지 16평형은 4억 3000만원선으로 내려갔다.6억원선까지 가격이 올라갔던 3단지 31평형도 5억 8000만원으로 하락했다.
김태호 부동산랜드사장은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면서 “조합원 명의이전 금지로 거래가 중단되면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팔아치우겠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건설업체도 비상
조합과 건설업체도 비상이 걸렸다.재건축 추진을 아예 포기하는 단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조합 간부들은 당초 계획대로 대형 아파트 건립 추진이 불가능해져 조합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결국 조합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업체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사업이 지연될 경우 시공권 수주에 투입한 자금이 장기간 물리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현대·삼성·LG·롯데·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은 비상대책 회의를 여는가 하면 앞으로 재건축 사업 비중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일단 조합측의반응을 지켜보고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중·소형 평형이 많아지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수주해 놓은 공사의 사업성 등을 다시 검토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
2003-09-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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