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밍 풀 / 팬터지, 미스터리, 그리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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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8-15 00:00
입력 2003-08-15 00:00
91년 첫 작품 발표후 거의 매년 작품을 내놓는 ‘다작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킨 프랑스의 프랑수아 오종(36)감독.물을 자주 다룬 그의 영상 언어가 이번엔 수영장에 주목했다.

올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스위밍 풀’(Swimming Pool·22일 개봉)은 현실과 팬터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전략’을 썼다.

사라(샬롯 램플링)는 범죄 추리소설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독신 여성 작가.

런던도 지겹고 새 작품에 대한 영감을 찾느라 쫓기던 터에 남부 프랑스에 있는 별장에서 쉬라는 출판사 편집장 존(찰스 댄스)의 제안은 반갑기만 하다.

수영장 딸린 별장,전망 좋은 방,맑은 햇살과 맘껏 들이킬 수 있는 싱그런 공기 등 느림의 미학이 충만한 한적한 시골은 잠자는 창작혼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모든 게 순항할 것 같았다.적어도 존의 딸이라는 줄리(뤼디빈 사니에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설거지가 뭔줄 모르는 듯 엉망으로 내버려두는 식탁,큰 소리로 틀어놓는 텔레비전,파트너를 바꿔 밤마다 벌이는 정사 등 줄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성마른 사라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린다.하지만 점차 자신과는 너무 다른 줄리에게 몸과 마음이 적응된다.

아버지의 버림과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충격인듯 타인의 관심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줄리에게 연민의 정도 느낀다.

이 심정변화는 작가로서의 호기심으로 이어져 그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심지어 줄리의 일기장도 베낀다.

그러나 사라의 소설을 훔쳐보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줄리는 은밀한 복수에 나선다.사라가 호감을 품고 있는 인근 카페의 종업원 프랭크(장 마리 라모르)를 불러 춤과 알몸 유혹 등으로 사라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사라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프랭크는 줄리의 유혹을 거부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다 줄리에게 살해된다.시체를 같이 유기하면서 둘은 비밀을 공유했다는 느낌에 더 가까워진다.

신선한 형식과 기발한 발상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온 오종 감독은 이번에도 솜씨를 맘껏 뽐낸다.

한정된 공간에서 몇명의 등장인물 만으로 연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영화는 잔잔한 톤으로 진행되지만 장면마다 어떤 상황이 이어질 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선을 빨아 들인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영화 속 세계가 소설인 지 현실인 지 헷갈릴 정도로 감쪽같이 처리해 ‘오종답다’는 얘기를 낳는다.

배우 경력 40년을 자랑하는 샬롯 램플링과 ‘8명의 여인들’에서 막내 카트린으로 등장했던 뤼디빈 사니에르 등 오종 사단 배우들은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사족.금기에서 일상까지 날렵한 상상력을 보여준 오종의 작품 세계에 푹 젖고 싶은 사람은 19일부터 서울 압구정동 예술영화 전용관 ‘씨어터 2.0’에 가보라.28일까지 ‘바다를 보라’‘시트콤’‘크리미널 러버’‘워터 드롭스’ 등 중장편 5편과 단편선을 통해 ‘오종의 수영장’에 빠질 수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3-08-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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