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전경련회장 추도사 / “님이 뿌린 화해의 씨앗 통일로 꽃 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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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8-09 00:00
입력 2003-08-09 00:00
정몽헌 회장님,도저히 믿기지 않은 비보에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오늘 회장님의 영전 앞에 다시 서니 가슴이 미어질 뿐입니다.

어렵고 혼란한 시기에 우리는 지금 유능하고 헌신적인 기업인이자 남북한 경제교류의 선구자를 떠나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어찌 다 추스를 수 있겠습니까.

회장님,회장님은 우리나라 경제가 한창 도약기를 맞이하던 70년대 중반부터 현대그룹의 산업현장과 경영일선에서 사려 깊고 멀리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경영인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으로서 역사적인 사명감을 갖고 금강산 육로 개통과 개성공단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다니 이 참담한 심경을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

돌이켜보면 남북 교류와 협력의 여정에 회장님의 손길,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회장님은 육로와 바닷길을 열어 분단된 민족이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만들었습니다.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개성공단은앞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민족통일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회장님,회장님이 이루어 놓으신 일들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한다는 신념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버거운 짐을 혼자 감당하며 여기까지 오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 떠나셔야 했습니까.기업인으로서 이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이렇게 꼭 떠나셔야 하셨습니까.이제 누가 회장님의 빈 자리를 대신 한단 말입니까.

회장님께서 일찍이 앞날을 보고 뿌려 둔 씨앗은 반드시 민족의 통일과 후세의 번영을 위한 큰 버팀목으로 자라나야 합니다.회장님,이승에서의 모든 고뇌와 슬픔을 이제 내려 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기를 삼가 바라옵니다.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2003년 8월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길승
2003-08-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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