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코프] 가상공간법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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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7-24 00:00
입력 2003-07-24 00:00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과거에 나눴던 편지나 사진을 인터넷에 마구 올려 피해를 주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사적인 피해를 보는 일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나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자살 사이트가 대표적인 예다.매매춘을 알선하거나 범죄를 모의하는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폭발물 제조법을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다.타인이 올린 좋은 정보를 자기 것인 양 훔쳐 가는 지식 도둑질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문제는 이런 행위들이 적발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자살 및 범죄 공모 같은 부적합한 사이트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운영되는 일이 허다하다.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꺼번에 몰려가서 사이트를 다운시키기도 한다.가상공간이기 때문에 적당히 눈감고 넘어가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러다 보니 ‘인터넷이 무섭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사이버 수사대나 경찰 등에서 인터넷 관련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늘어나는 인터넷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인터넷은 무서운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공간인데도 특별한 규칙이 제정되거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네티즌들이 아무런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자동차 운전을 하려면 수개월간 교육과정을 거쳐 국가에서 공인하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운전은 남에게 상해를 입힐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또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법규를 위반하면 벌금이나 면허 정지 같은 처분을 받게 된다.
이제는 인터넷에도 이와 비슷한 규칙을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예를 들어 특정한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 취득 과정을 거친 뒤에야 인터넷 접속,글 등록,정보교환의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또 인터넷의 질서를 해치는 사람에게는 벌점이나 벌금 등 벌칙을 적용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터넷 이용권을 주는 네티즌 자격증을 만들어야 한다.또 교과서에 가상공간 교육 단원을 추가하고 사이버 수사대를 대폭 강화·확대하며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일탈 행동을 막는 가상공간 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물론 국가권력이 개입해 가상공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네티즌 자신들에게 있다.인터넷 이용 초기에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활짝 열어놓던 게시판들도 이젠 네티즌들 때문에 실명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아직 게시판 실명제와 관련해 이견은 있다.그렇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네티즌들 때문에 다른 네티즌들의 가상공간 권리가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보다 네티즌의 수가 월등히 많다.교통사고 1등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을 두고 한 외국 언론은 최근 ‘이상한 인터넷 국가’라고 비아냥거렸다.‘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인터넷 확산보다 엄격한 네티즌 교육,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에 국가가 이제 나서야 한다.
이 연 희 강릉대 하국어학당 전임강사 v1o@naver.com
2003-07-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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