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선자금 공개 제안 / 야당 공세에 ‘보호막’ 법 개정 염두에 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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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7-16 00:00
입력 2003-07-16 00:00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폭탄발언’으로 불거진 대선자금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문희상비서실장 등이 밝힌 노 대통령의 뜻은 ‘여야 모두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의 모금과 집행내역을 밝히고,철저히 검증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문 실장은 “비리가 아니면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까지 했다.문 실장이 “고해성사를 하자.”고 한 것은 “책임을 묻지말고 가자.”는 뜻이다.이는 노 대통령의 뜻 같기도 하다.

●최병렬대표 ‘특검' 발언 대응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저녁 문 실장,유인태 정무·문재인 민정수석과 대책회의를 갖고 정치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그럼에도 윤태영 대변인 등은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전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민주당 대선자금을 조사해야 한다.”고 공세를 편 뒤 청와대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역공(逆攻)을 취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또 대선자금을 놓고 소모적인 정쟁으로 치달아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측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데 대해 공식적으로 거론하는 이유다.그러면 실질적이고,비공식적인 이유는 뭘까.일각에서는 희망돼지 모금액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현 정부의 도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탓에 ‘보호막’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현가능성 크지않을듯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도 같이 대선자금을 공개하자.’고 현 단계에서는 실현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은 제의를 한 것은 일단 정치권에 공을 넘기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즉각 “물귀신 작전”이라고 혹평해 노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여야가 대선자금 조사에 합의하지 않으면,노 대통령의 제의는 빛을 볼 수가 없다.노 대통령은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거듭 강조했다고 하지만 현실성과 순수성 측면에선 의심을 받을 소지도 없지 않다.

유 수석은“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같이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선수를 치고 나왔다.민주당이 대선자금을 스스로 공개하면,한나라당도 공개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아울러 정치자금 공개와 관련,기업인과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줘야 하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곽태헌기자 tiger@
2003-07-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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