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안전법 입법 전격 연기 / 둥젠화 퇴진 압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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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7-08 00:00
입력 2003-07-08 00:00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홍콩판 국가보안법’인 국가안전법(국가안전조례) 입법화를 둘러싼 파문이 일단 진정 국면을 맞았다.

둥젠화(董建華)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극심한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안전법 입법을 연기한다고 7일 새벽 1시57분(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둥 장관은 이날 새벽 행정회의(내각격) 특별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9일 입법회(의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던 국가안전법 심의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현행 홍콩특별기본법(헌법) 23조에 규정한 국가전복 금지 조항을 ‘반란 선동이나 국가 안전 위험조직 결성’에 대해서도 강력 처벌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둥 장관은 성명에서 “자유당의 입장을 감안하여,우리는 상세한 검토 끝에 이 법안의 2차 심의 재개를 연기하고,앞으로 홍콩 사회에 수정안을 설명하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둥 장관은 앞서 5일 기자회견에서 “9일로 예정된 국가안전법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도 6일 국가안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성명은 극적 반전을 보여준 것이다.

홍콩과 중국 정부는 국가안전법이 언론,집회,연설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그간 국내외로부터 비판받아 왔다.

지난 1일 홍콩에서는 반환 6주년을 맞아 톈안먼(天安門)사태 이후 가장 많은 50만명의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입법 반대 시위를 갖는 등 연일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여왔다.

여론에 밀린 둥 장관은 5일 불법조직 불허 조항과 경찰의 무영장 가택수색 허용 조항을 삭제하고 국가기밀을 공표하는 언론인들을 보호하는 조항을 신설하기 위해 국가안전법의 3개 항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하지만 다음날인 6일 홍콩 정부를 지지해온 ‘자유당’ 주석 겸 행정회의 구성원인 톈베이쥔(田北俊)이 국가안전법 제정 연기를 요구하며 둥 장관에게 돌연 사표를 제출,사태가 입법 연기 방향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홍콩의 정치 관측통들은 자유당이 입법 연기 쪽으로 돌아선 것은 둥젠화 행정장관에 대한 불신임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둥 장관은 이제 홍콩을 통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들은 이제 둥장관이 사임해야 한다는 홍콩의 요구에 중국이 답변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연기 결정에는 중국 지도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홍콩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계속되자 톈베이쥔 주석은 지난 3일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랴오후이(廖暉)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 등과 만나 ‘연기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둥 장관은 언제 이 법을 다시 심의할지 언급하지 않았다.그는 성명에서 “홍콩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수정안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혀 당분간 입법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oilman@
2003-07-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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