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위원 칼럼] 언론의 보도와 평가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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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7-01 00:00
입력 2003-07-01 00:00
지난 한달 간 우리 사회는 또 여러가지 사회적 갈등을 노정했고,그 과정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들이 갖는 의미를 반추하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한편 그런 과정을 통해 언론의 기능이 단지 사실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건을 예견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데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보도하는 과정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대한매일은 6월27일자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기사와 함께 사설에서 그 의미를 다루고,6월28일자 ‘편집자에게’를 통해 반대 의견을 실었다.기사,사설,반박을 통해 합헌결정이 담고 있는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도 있었다.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다루고 있는 범죄는 성매매뿐 아니라 성폭력·성폭행도 포함되어 있다.청소년 성범죄자의 구성에서도 성매매와 성폭행은 2대8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즉,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성매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위에서 언급한 보도와 논평들에서는 이 둘을 혼용하여 쓰고 있다.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룰 때는 그 개념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한편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그 대상의 인격을 전면적으로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 폐해가 성인이 된 후까지도 표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범죄다.헌재의 합헌결정을 계기로 언론에서 좀 더 다양한 대책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어 줘야 할 것이다.

또 6월18일자 ‘어린이 성폭행 하루 3건’이라는 기사에서도 다루고 있듯이 성범죄와 같은 유형의 범죄는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 치유책이 제시될 때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그러므로 단기적으로 발생빈도가 늘어나는 현상만을 보고 신상공개가 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판단과 평가는 큰 오류임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모든 사회과학이 연구자나 생산자의 의도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로 보여지는 숫자의 인용에는 주의가 요구된다.이러한 사례는 6월25일자 “대학생 47% ‘盧 스스로 권위 실추’”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서는 그 통계가 산출된 정황에 대한 자세한 기술을 하고 있지만,제목은 ‘대학생’으로 하여 특정학교의 특정 과목 수강생이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 지인이 미국에서 열린 한국인과 미국인의 결혼식에 참석,한복의 우아함 때문에 하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특히 2부에 한국식 전통혼례를 집전하면서 각 의례가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는데,미국인들도 이런 문화적 의미에 대하여 깊은 감동을 받더라는 것이었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 문화로 무장할 때 가장 강해질 수 있다는,평범하지만 가끔은 잊고 지내는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대한매일 6월9일자에 다뤄진 ‘옛날엔 저랬구나-전통의례 재현 풍성’기사는 전통의례 재현에 관해서 상세히 다루었다.우리 문화를 내세울 때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비롯한 하드웨어를 생각하지만,전통의례 등 소프트 웨어가 얼마나 큰 힘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보여 준 기사다.우리 생활 속에 담겨있는 가치있는 것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상 경 현대리서치연구소 대표이사
2003-07-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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