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좇는 남성들 “돈쓰는 일 즐겁죠”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06-24 00:00
입력 2003-06-24 00:00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패션과 미용생활에 나타난 트렌드는 ‘두드러지는 옷이라도 마음에 들면 입고,새로운 유행을 빨리 받아들이는 성향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반면 옷을 구입할 때 친구나 부모로부터 ‘검증’받기 위해 동행하는 사람이 줄어듦과 동시에 무난한 옷을 고르는 사람도 역시 줄고 있음도 드러났다.

이는 젊은 여성만의 특징은 아니다.중년여성은 물론 20∼30대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공통적인 소비성향이다.98년 14.6%만의 남자들이 ‘유명상표 옷을 입어야 자신감이 생긴다.’고 답했으나 2002년에는 23.9%로 증가했음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예정에 없이 충동적으로 옷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반면 “비싼 옷 한 벌보다는 싼옷 여러벌을 산다.”는 사람은 98년 43.6%에서 2002년엔 35.7%로 줄고 있다.옷치장과 몸치장에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남자에게도 증가하면서 소비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이쯤이면 여성의 소비만을 문제삼는 것은 ‘억울하다.’는 말도 나오게 생겼다.

서울대 의대 권준수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쇼핑이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생활의 일부분이다.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가정과 직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쇼핑공간이란 보고가 있는 만큼 쇼핑,즉 소비란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고 말했다.쇼핑중독증 환자는 대개 쇼핑을 통해 내부의 뿌리깊은 허무감과 갈등을 외부에서 해결하는 사람이라 한다.즉 자신의 내적 안정성이 모자란 것을 보상하기 위해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이라 한다.

인류학자 박은경(환경과문화연구소) 소장은 “소비를 여성의 몫으로 생각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잔재”라고 못박았다.즉 일터와 집이 구분되기 시작한 산업사회부터 남성은 생산을,여성은 소비를 맡는 등 이분화됐다는 것이다.“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소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실제로 슈퍼마켓에서 장보는 남성들이 늘고 있고 정보화 사회가 심화될수록 남녀의 구분이 줄어들면서 소비생활도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소비를 여성의 영역으로 몰고,여성의 소비생활을 지적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남성우위의 문화라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2003-06-24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