保·革진영 새달 ‘100만 시위’ 맞대결/相生의 ‘톨레랑스’ 어디에
수정 2003-05-26 00:00
입력 2003-05-26 00:00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6월 중 ‘100만 시위’를 각각 준비하면서 벌써부터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보수적 경향으로 돌아서면서 진보-보수 진영은 대정부 투쟁 수위에 혼선을 겪고 있다.그러나 상대를 향한 적대감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다.양측이 모두 자제하지 않을 경우 최근 국가기강 해이 등과 맞물려 사회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시각차도 확연해 외교적 파장도 우려된다.‘톨레랑스’의 정신으로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풍토 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0만 대 100만의 세대결
새달 13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여중생 사망 1주기를 맞아 서울 시청광장을 비롯한 전국에서 촛불 대행진을 계획하고 있다.이에 맞서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와 종교단체 역시 일주일 뒤인 21일 같은 장소에서 ‘반핵·반김(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및 6·25,6·29(서해교전) 전몰자 추모대회’를 기획 중이다.양측 모두 100만명 참가를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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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위측은 ‘100만 촛불대행진’을 위해 10만명 준비위원을 모집하고 있으며,25일 현재 3만 2000여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사대 굴욕외교 노무현 정권 규탄’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 등이 대회 슬로건으로 준비되고 있다.
보수측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재향군인회·성우회를 비롯한 114개 단체와 순복음교회·광림교회 등 5개 대형교회가 합동으로 21일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결의도 할 예정이다.
●극단적 태도가 문제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에서는 보수·진보단체의 젊은이들이 주최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반핵·반김 자유통일 4·19청년대회'와 ‘4·19반전평화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였다.각각의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입에서 ‘빨갱이’-‘미국의 주구’란 극단적 용어와 고함,삿대질이 오갔다.
진관 스님은 “이 국토에 양키만 없으면,통일이 된다면우리에겐 노숙자 없지.”라는 시구로 범대위 사이트의 네티즌들에게 촛불 대행진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반면,보수진영 단체들은 김정일 정권을 ‘적이자 악’이라고 보는 자세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톨레랑스란
●프랑스의 필립 사시에가 지은 ‘왜 톨레랑스(tolrance)인가.’라는 책이 번역돼 나오면서 인용되기 시작했다.‘톨레랑스’(관용)란 상대방이 내 생각과 다를 때,그의 생각을 뜯어 고치기 위해 강제와 폭력을 동원하는 대신 차이를 용인하는 태도를 말한다.저자에 따르면 진리의 이름으로도 오류를 무찌르려 해서는 안된다.그러면 세상은 순식간에 피바다에 빠지기 십상이다.다만 톨레랑스의 사회를 위협하는 앵톨레랑스(불관용)까지 관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2003-05-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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