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숨 앗아가는 ‘카드 버블’
수정 2003-05-23 00:00
입력 2003-05-23 00:00
이틀전 부산에서 발생한 20대 형제와 친구 등 3명의 동반자살 사건은 신용불량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이들은 1000만∼1억원대의 신용카드 빚에 시달리자 강도짓을 하고 죄책감에 못이겨 집단자살이란 극단적 행동을 택했다.한 사망자의 유서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경고장이나 다름없다.그는 ‘신용카드는 잘 사용하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목을 조여오는 올가미 같은 것이다.’ ‘카드가 꼭 필요한지…젊어서 카드 사용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며 회한을 남겼다.
우리 사회의 ‘신용카드 버블’ 현상이 얼마나 위험수위에 이르렀는지를 잘 알 수 있다.그 거품이 꺼질 때 신용불량자들은 각종 범죄와 개인적 불행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우리는 금융기관과 개인의 사적거래라고 해서 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그렇다고 정부의 사면조치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젊은 신용불량자들이 돈을 벌어 갚을 수 있게 해주거나 빚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가계의 거품이 꺼지면 금융기관과 경제도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05-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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