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방해’ 변호사 감치명령 / 재판부 제지해도 불필요한 증인신문 계속
수정 2003-05-23 00:00
입력 2003-05-23 00:00
서울지법 형사7단독 손주환(孫周煥) 판사는 22일 서모씨의 사기 사건 공판에서 김모(60) 변호사에게 10일간의 감치 명령을 내렸다.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재판권 남용이라고 반발,법원과 변협이 마찰을 빚고 있다.
●감치 경위
이날 오전 523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김 변호사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백모씨에게 검찰 기록과 다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질문하자 손 판사는 김 변호사에게 기소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물었다.
김 변호사는 처음엔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손 판사가 “그러면 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질문해 증인을 유도 신문하느냐.”며 지적하자,“검찰기록을 잘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판사가 “변호인이라도 법정에서 말을 수시로 바꾸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꾸짖자 변호인은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20여분간 맞섰다.
변호인은 한발 더 나아가 “변론권을 제한하는 등 판사의 재판진행이 적절치못하다.”고 항변했다.고성이 오간 뒤에도 변호인의 태도가 수그러지지 않자 재판장은 법정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곧바로 감치명령을 내렸고 즉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재판권 남용 논란
법원조직법 제61조 1항에 따르면 법정 권위를 훼손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힌 자에게 20일 이내 감치명령이나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손 판사는 “피고인은 물론 수십명의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에서 수시로 말을 바꾼 것은 법정을 모독하는 일”이라면서 “변호인의 이같은 행위를 용납한다면 다른 재판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들도 법정모독의 여지가 있어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구치소로 수감된 뒤 3명의 변호인을 선임,항고장을 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항고장에서 “법원의 변호인 감치명령은 변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라면서 “변론권은 피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인에게 감치명령을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재판권 남용으로 변론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정은주기자 ejung@
2003-05-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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