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한총련 긴장 고조 / 30일 11기 출범식 비상령
수정 2003-05-21 00:00
입력 2003-05-21 00:00
●긴장하는 경찰
경찰청의 한 간부는 20일 “당시 5·18 행사장 주변에서 피켓 시위는 용인해줄 방침이었는데도 한총련이 기습적으로 대통령의 행사참여를 저지한 것에 경찰 수뇌부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최기문 경찰청장이 한총련 출범식과 관련,“그동안 한총련의 전력과 이번 사건을 참고해서 냉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할 경찰서에는 ‘출범식 비상령’이 떨어졌다.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정부와 한총련의 화해무드가 무르익으면서 대(對)학원 활동의 긴장이 느슨해졌던 게 사실”이라면서 “모든 정보활동의 초점을 연세대 출범식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현재 6명으로 구성된 정보과 학원팀을 증원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귀띔했다.
●한총련도 비상
출범 10년째를 맞아 ‘한국 대학생 5월축전 및 학생운동 공동출범식 준비위원회’를 구성,지난달 말부터 행사준비에 힘을 쏟아왔던 한총련도 행사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한총련은 이날 “대통령께 위협을 가하려던 것도 아니고 대통령을 모욕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았던 것도 아니다.”라는 요지의 ‘노무현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를 공개하는 등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한총련 관계자는 “언론이 일제히 ‘한총련 때리기’에 나서면서 합법화에 우호적이던 여론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정부와 연세대측이 이번 행사를 불허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엇갈리는 보수·진보 진영 시각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총련을 바라보는 각계각층의 상반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의 길을 막고 조화를 짓밟은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불법시위 주동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전국민중연대,통일연대,여중생 범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문제와 연계시킨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범사회적 해결 의지 필요”
사회원로와 학자 등은 한총련에 합법화 시대에 걸맞은 투쟁방식을 요구하고,정부도 이번 사태를 한총련 합법화나 수배해제 문제와 연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총련은 과거 독재정권에 대응해서 싸우던 방식을 지양하고 정부도 의장이 사과의사까지 밝히고 문제점을 인정한 만큼 마녀사냥식으로 한총련 전체를 문책하는 식의 단순한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정부는 이번 사태를 ‘난동’으로 규정,강경 대처하기보다는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와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총련에는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과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택동 구혜영 이세영기자 taecks@
2003-05-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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