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창부(娼婦)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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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5-20 00:00
입력 2003-05-20 00:00
그런데 영화감독 출신으로 현직 문화부 장관을 맡고 있는 이창동씨가 한 잡지에 자신의 영화관을 피력하면서 창부론(娼婦論)을 거론하며 ‘창부는 필요하잖아요.’란 말을 한 것으로 보도돼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요약하면 영화는 태생이 사진,연극,소설 등 누가 아비인지 모를 시장판 창부의 자식이며,속성 또한 관객이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 하는 창부성(娼婦性)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이 장관은 ‘오아시스’ 등 자신의 작품 3편도 온갖 방식의 창부성을 동원해 1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자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영화매체의 한계 안에서 ‘작품만들기’의 어려움을 표현한 작가로서의 메타포 선택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굳이 많은 젊은 인재들과 국내 문화산업계가 목숨을 걸고 있는 영화 매체를 창부에 비유하고 남성지배적 담론인 ‘매춘필요악론’에 서는 듯한 표현을 동원해야 했었는지 의아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과민한 반응일까.그의 영화를 찾았던 관객들은 그의 말대로 그와 ‘즐거움’만을 사고 판 것일까.
원문에서 ‘창부는 필요하잖아요.’란 말 다음엔 ‘일동 웃음’이란 설명으로 조크성 발언임을 비추긴 한다.또한 이 잡지의 기획은 그의 작품세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작가적 목소리가 많이 담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러나 문화부장관은 영화산업 진흥을 책임 진 자리이고 정부 정책을 함께하는 내각의 일원이기도 하다.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런 발언들을 장관의 입에서 듣고 싶지는 않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3-05-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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