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강령 시행 첫날 / 구내식당 북적… 주변식당가 한산
수정 2003-05-20 00:00
입력 2003-05-20 00:00
공무원들은 행동강령으로 대민접촉을 꺼리면서 경직성이 심해질 것이고 편법으로 식사값 3만원을 맞추는 일도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가자,구내식당으로
직원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리면서 구내식당은 평소보다 일찍 밥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기획예산처 한 국장은 “조금 늦게 구내식당을 갔더니 밥이 떨어졌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청사 주변의 식당에서 5000원짜리 된장찌개를 먹었다.”고 말했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도 점심시간이 되자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구내식당으로 몰려 장사진을 이루었다.외부인과의 약속을 연기하지 못한 일부 공무원들은 후문에 언론사 사진기자들의 모습이 보이자 정문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행정자치부 과장급 공무원은 “행동강령에 대한 입장정리가 명확하게 내려지기 전에는 가급적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 행동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환경부 공무원들은 ‘1인당 3만원이 넘지 않도록’이라며 서로에게 몸조심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과천 교외의 한정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던 건설교통부 한 부서는 예약을 취소하고 과천시내의 비교적 값싼 음식점으로 바꿔서 회식을 했다.
과천청사 주변의 한 한정식집 직원은 “공무원 손님들이 3만 5000원짜리 음식을 먹으면 행동강령에 걸려 처벌받는다고 해서 3만원으로 깎아줬다.”며 “음식값을 내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1인당 6만원짜리의 비싼 음식을 내놓는 한 일식집 사장은 “비슷한 음식값을 받던 음식점들이 값을 내렸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우리도 가격인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면서 “이대로라면 가게문을 닫는 것도 시간 문제”라며 울상지었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공무원들은 “점심식사 정도는 구내에서 할 수도 있지만 야근할 때도구내식당을 이용하게 됐다.”며 “하루 두끼를 부실한 구내식당을 이용하게 됐으니 음식의 질이라도 높여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과천청사 한 국장은 “그동안 비교적 비싸지 않은 참치집을 이용해왔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며 “저녁시간에 술 한잔도 곁들이다 보면 1인당 3만원을 훌쩍 넘게 마련인데 모임도 제대로 갖지 못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한 공무원은 결국 이렇게 비현실적인 방안이 나오면 “2명이 식사를 하고 3명이 먹었다는 식으로 편법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말처럼 잘 될까.’ ‘너무 심해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등의 네티즌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처 ·이종락기자 rlee@
2003-05-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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