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람 잡는 ‘에이즈 수혈’
수정 2003-05-14 00:00
입력 2003-05-14 00:00
문제의 핵심은 B씨가 헌혈 당시 항원·항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현 검사법으로는 항원·항체 형성 전까지는 감염여부를 판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처럼 에이즈에 감염된 지 2∼3주밖에 안 된 환자가 헌혈을 할 경우 정상 판정이 내려지고 있는데도 1995년 이후 ‘에이즈 수혈’ 사고가 없었다니 오히려 천만다행이다.국내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지난 3월말 현재 2122명이며,특히 올들어 3개월만에 115명이 느는 등 급증 추세다.하루 1.25명꼴로 생기는 새 환자들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헌혈할 수 있음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1990년대 도입한 핵산증폭검사법을 시행하면 에이즈감염 판별 사각(死角)기간을 현재의 2∼3주에서 1주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헌혈된 피의 혈장을 일정기간 보관했다가 안전성을 확인한 뒤 사용하는 방안도 있다.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관련 예산 128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기는커녕 예산타령만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에이즈 감염자들도 다른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헌혈을 삼가야 한다.
2003-05-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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