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잡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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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5-09 00:00
입력 2003-05-09 00:00
흔히 잡초는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이외의 풀을 통칭하는 말로,식물계의 천덕꾸러기이다.농작물이 자랄 공간을 차지하고,양분과 수분을 빼앗아 작물의 생장을 방해한다.한여름 뙤약볕에서 농부가 잡초와 씨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잡초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생육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종자의 수명 또한 길다.그래서 곧잘 끈질긴 생명력에 비유되기도 한다.우리가 하찮고 보잘 것 없지만,질기고 강한 생활력을 자랑하는 민초(民草)들의 삶을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속성에서 연유한다.
노 대통령이 잡초론을 피력하면서 의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의원이 잡초과에 속하는지 알 길은 없다.그러나 정치권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야단법석인 걸 보면 뭔가 켕기는 의원들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도둑이 제 발 저리는 이치와 매한가지다.하기야 철새·구태 의원들의 지난 3년동안 의정활동을 꼼꼼히 짚어보면 잡초론이 뜬구름 잡는 얘기만도 아닌 듯싶다.
사실이 이럴진대,총선을 11개월 앞둔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클 법도 하다.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의원들 말고는 아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으리라.그렇더라도 하필 이 시기에 정치권과 쓸데없는 긴장을 야기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전쟁터에서 장수가 앞으로 나아가거나 물러서더라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하물며 한나라 국정 최고책임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또한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회존중 정신과 당·정분리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
잡초는 뛰어난 적응력이 밑천이다.자의적인 잡초론이 퇴출대상자들에게 역이용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정치는 때를 교묘히 활용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지않던가.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2003-05-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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