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건강보감] 국민배우 안성기 헬스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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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4-28 00:00
입력 2003-04-28 00:00
안성기(51).영화에 대한 진지한 열정으로 ‘국민 배우’가 됐다면,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열정의 진지함으로 ‘대표 국민’이 된 사람이다.영화에서처럼 상체가 좀 구부정한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얼핏 “영화를 통해 보여준 모습들이 허상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은,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위안이자 안도일 수 있다.대개의 경우 배우의 생경한 모습이 신선함보다 충격이었던 기억이 많은 터라 그의 ‘변함없음’이 더욱 아름다웠다.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운동을 하고 있어 반바지와 티셔츠차림이었다.편해 보였다.
그는 드물게 요즘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찍고 있다.하나는 ‘아라한 장풍대작전’이고 다른 하나는 얼음같은 교관역의 ‘실미도’다.영화의 성격도 판이하다.“영화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 자꾸 헷갈린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어느덧 50줄에 들었지만 군살이라곤 없는 몸매가 탄탄해 보였다.항상 이렇게 운동을 하느냐고 묻자 “지금 만드는 영화 두편이 모두 근육질의 몸매를 요구해 운동량을 평소보다 늘렸다.덕분에 체중도 3㎏쯤 늘었다.”고 했다.배우라는 직업의 변화무쌍한 건강성이 새삼 부러웠다.
●아역이미지 벗으려 77년 첫 시작
그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짬짬히 골프와 축구를 즐긴다.헬스는 지난 77년 그가 아역의 이미지를 벗고 제대로 된 성인 배우로 영화판에 다시 나서면서 시작했다.“그때 2년동안 정신없이 몸을 만들었다.몸과 함께 배우의 삶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각오를 다진 때이기도 했다.”이후 줄곳 헬스를 해왔다.그가 헬스를 ‘메인 운동’으로 삼은 것도 까닭이 있다.영화마다 배역이 달라 그때그때 배역이 요구하는 체형을 만들어야 하는데,여기에 헬스만한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직업이 운동을 결정한 경우다.이 대목에서 그는 배우 설경구가 영화 때문에 체중을 무려 20㎏이나 불린 것을 두고 ‘프로 근성’이라고 설명했다.설경구를 말했지만 영화판에서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도 없다.
영화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 이젠 일상이 됐다.평시에는 일주일에 2회 정도 운동을 하나 지금은 이틀에 한번꼴로 운동량을 늘렸다.물론 영화 때문이다.운동법도 FM이다.먼저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다음 러닝머신부터 시작한다.5㎞를 30분 정도에 뛴 뒤 몸이 풀리면 벤치프레스 등 근력운동을 한다.이렇게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두시간쯤 된다.필요에 따라 상·하체 또는 활배근,이두박근 식으로 운동 부위를 달리하기도 한다.
골프 구력도 어언 20년.소설가 최인호씨가 머리를 얹어줬다.한달에 한번 정도 친구나 동료 영화인 등 부담없는 사람들과 라운딩을 하곤 한다.“헬스와 골프가 상극이라고들 하지만 프로골퍼들 웨이트트레이닝 하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여긴다.골프는 운동 효과보다 기분전환에 좋다고 말한다.
중·고교때부터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했지만 그래도 가장 ‘안성기 다운’ 운동이라면 하이킹이 아닐까.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다.아내와 함께 지금은 미국에 있는 큰 아들 다빈이와 둘째 필립을 앞세우고 양재천변을 자전거로 누비는 일은 언제라도 기분 좋다.
●스트레스 쌓일땐 가볍게 골프
관객의 반응과 느낌을 상상하는 직업이라서 영화가 주는 부담까지도 ‘즐거운 스트레스’라고 여긴다지만 그래도 ‘생업’이라면 왠지 힘겹다고 여기는 게 사람이다.그 역시 뜻대로 영화가 되어가지 않으면 짜증스럽고 기분도 울적해진다.그때마다 운동을 통해 머리를 비운다.원래 장이 약한 편이라서 술은 즐기지 않는다.“담배도 딱 끊었지만 촬영장의 끽연가들 가운데서 생활하자니 이게 끊은 건지 안끊은 건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밥먹듯이 운동 ‘준비된 배우'
사람의 일인데 어찌 맨날 웃을 일만 있을까.더러는 아내와 티격태격하기도 한다.주로 애들 때문인데,어떤 경우라도 그날을 넘기지 않는다.그렇지 않으면 잠을 못이룬다.가정에서의 행복이 작은 마음을 쓰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애들을 밝게 키우려면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크게 힘든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그가 가진 건강론은 명쾌하다.“언제든 준비가 돼 있어야 연출가의 의도대로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배우로서의 선택의 폭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봇물 터진 영화 얘기가 끝이 없다.요즘 영화가 너무 가볍지 않느냐고 묻자 “그건 영화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가벼운 것을 탐하는 세태의 문제”라고 정리했다.“영화든 방송이든 ‘지나친 개그화’가 진지한 담론의 공간을 위축시켜 걱정”이라는 그는 “그래도 건강해야 한다.운동은 밥먹듯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내내 진지하게 유쾌했고 또 유쾌하게 진지했다.‘대표적’인 삶을 사는 그의 건강성이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 헬스의 건강학
건강과 배역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배우에게 ‘헬스’는 ‘맞춤운동’의 성격을 갖는다.일상적 운동을 통해 건강을 다지다가 필요하면 배역의 특성에 따라 특정 부위를 강화하는 운동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안성기씨가 헬스를 자신의 ‘메인 운동’으로 삼은 것도 이런 장점 때문이다.
주로 도시 직장인들이 즐기는 헬스는 근육강화·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구성된다.헬스를 하면 몸이 뻣뻣해지고 근육이 불거진다고 생각하기도 하나 오해다.가벼운 중량으로 반복 운동을 하면 근육이 커지는 대신 지방을 태워 탄력있는 몸을 만들 수 있다.
안성기씨의 경우 평소에는 주당 2∼3회,한번에 두시간 정도를 할애한다.바람직한 운동 주기다.근육은 한번 피로가 쌓이면 48∼72시간이 지나야 회복되기 때문이다.해서 주당 3일 정도의 운동을 권한다.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은 매일 하는 것이 좋다.단,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가능한 1회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체력소모가 심해 폭식을 하거나 몸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조급함을 버리고 운동량은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운동은 ‘준비운동→본운동→정리운동’의 순서로 한다.준비운동에 10분,본운동에 30∼40분,정리운동에 10분 정도를 할애하면 적당하다.준비운동은 자전거타기(5분 정도)로 시작해 관절풀기와 스트레칭 순으로 한다.살을 빼는 게 목적이라면 근육운동을 한 뒤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마지막으로 걷기나 자전거타기 등을 통해 심박수를 낮춘 뒤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면 된다.초보자들은 손쉽게 승모·삼각·광배·활배근 등 상체 중심으로만 운동하는 경향이 있으나 평소 잘 쓰지 않는 복근이나 옆구리와 등,하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통해 몸을 균형있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티마스헬스클럽 이민두 관장은 “배우들처럼 체력 소모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인은 배역에 따른 근력운동도 중요하지만 러닝머신 등 유산소운동을 통해 심신을 추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2003-04-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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