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파격 무언극 ‘창세기’ “”기괴한 무대 불쾌할지 모릅니다””
수정 2003-03-18 00:00
입력 2003-03-18 00:00
21·22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이탈리아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창세기(GENESIS from the museum of sleep)’는 관객을 이같은 실험에 빠트리는 연극이다.주최측은 공연의 충격적인 이미지와 내용을 감안해 ‘일부 관객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공지했다.
대사없이 시각적 장치만으로 구성된 이 낯선 공연은,관객 입장에서 볼때 이제까지의 관극 체험에 대한 강력한 도전의 연속임이 분명하다.
우선 무대위의 배우들은 아름답지 않다.1막 ‘태초에,퀴리부인의 빛의 발견’에 등장하는 이브는 한쪽 가슴이 없고,아담은 연체동물처럼 사지를 자유자재로 비트는 기괴한 모습이다.3막 ‘카인과 아벨’의 카인은 한쪽 팔이 안으로 굽은,평범하지 않은 외양이다.개 두마리가 무대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한다.
정상인과 다른 모습의 일반인을 배우로 기용하고,로봇이나 동물을 무대 위의 중요 배역으로 활용하는 것은 카스텔루치가 오랜 기간 실험해온 독창적인 연극 기법의 하나.여기에 특정한 멜로디없이 소음처럼 귀를 자극하는 음악과 음향효과,강력한 조명 등을 보태 자신만의 독특한 무대언어를 창조해냈다.텍스트가 아닌 시각적 이미지에 천착하는 연출관은 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배경과 깊이 연관돼 있다.
‘창세기’는 성서의 첫장에서 출발해 19세기 퀴리부인의 실험실,20세기 아우슈비츠 수용소,그리고 다시 성서의 카인과 아벨을 보여줌으로써 창조 뒤에 드리워진 파괴와 죽음의 운명을 제시한다.
카스텔루치에게 아담과 이브가 탄생하는 창조의 순간은 성스러움이 아닌 혼돈이며,아우슈비츠는 그 극단적 결말을 은유하는 장치이다.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무대 위에서 아이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장면은 유태인 학살을 그린 어떤 이미지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유럽의 아방가르드 연극을 주도하는 핵심 연출가인 그는“상징과 표현법의 의미에 연연하지 말고,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한국 관객에게 당부했다.2막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그의 자녀 5명이 출연한다.
1981년 부인,여동생과 함께 창단한 극단 ‘소시에타스 라파엘로 산지오’에서 연출,음향,무대디자인 등을 맡고 있으며,‘창세기’는 1999년 작품이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연극제 최고 작품상,프랑스 파리비평가 대상 등을 수상했다.금 오후7시30분,토 오후4시.3만~ 6만원.(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
2003-03-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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