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파격에 검찰 사실상 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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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3-07 00:00
입력 2003-03-07 00:00
일선 검사들이 파격적인 검찰간부 인사에 강력 반발,집단항명으로 이어질 조짐이다.일각에서는 갈등이 진화되지 못할 경우 지난 99년 대전법조비리 사건 직후 터진 심재륜 고검장 항명파동,소장검사들의 ‘연판장’ 사태에 이어 또 한 번의 ‘검난(檢亂)’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검 표정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3시쯤 고검장 승진인사가 사시 14∼16회에서 발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발칵 뒤집혔다.이는 현직에 있는 사시 13회 간부 6명을 비롯해 14회 6명,15회 9명,16회 7명 중 대다수가 옷을 벗으라는 무언의 압력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김각영 검찰총장에게 통보한 이번 인사안은 김 총장과의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검찰 간부들이 더욱 불만스러워하고 있다.인사안에는 검사장 승진대상에 사시 22회 발탁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사시 18회까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있다.

이에 김 총장은 즉각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검찰의 관행을 무시하는 인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전해졌다.대검 기획관 이하 과장 등 40여명은 13층 회의실에 모여 40여분 이상 회의를 가진 뒤 ‘급격한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총장이 중심을 잡고 인사문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작성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의문에는 정상명 기획관리실장의 차관 내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검찰 관계자는 “사시 17회 차관 내정 문제는 검찰 전체 인사의 파격을 예고하는 것으로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정 검사장이 차관 내정을 완강하게 고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건의문에는 또 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을 지켜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움직임

일선 지검·지청에도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술렁거렸다.

서울지검은 각 차장검사가 오후 5시쯤 부장검사들을 긴급 소집해 대책을 숙의했다.회의에서 검찰 간부들은 “이번 인사안과 같은 파격인사는 검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검찰내 분란만 일으킬 수 있다.”면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검사들도 사태를 봐가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태세다.한 소장 검사는 “이번에 승진 통보를 받은 검사장은 끝까지 고사해야 한다.”면서 “만약 고검장 승진을 받아들이면 후배 검사들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김 총장은 이날 오후 6시쯤 강 장관과 30여분 동안 독대하면서 이번 인사안의 문제점과 일선 검찰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강 장관은 “검찰의 우려를 감안해 인사를 신중하게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강 장관이 이번 인사안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파격인사를 둘러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강충식 조태성기자 chungsik@

◆김각영 검찰총장 인터뷰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인사안에 대한 검찰의견을 전달한 뒤 집으로 곧장 돌아간 김각영 검찰총장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였다.김 총장은 혁신적인 법무부의 인사안에 대해 “이제부터 협의하면 될 것”이라면서 “복잡한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인사안에 대해 검사들의 반응이 격렬한데.

아마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협의하면 무리없이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장관과 다시 상의하게 되나.

물론이다.7일부터 법무부에 일찍 출근해 장관님과 충분히 상의할 계획이다.

장관님이 아직 검찰에 대해서 잘 모르시지 않나.

●인사안이 상당히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까지 내가 구체적으로 왈가왈부할 수는 없고….

●어쨌든 그런 안이 법무부 쪽에서 확정이 됐는데.

아니다.그건 어디까지나 가안이다.협의하면 된다.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는 말도 있는데.

아니다.전혀 사실무근이다.

●항의의 뜻으로 사퇴의사를 표시했었다는 말이 있다.

아니다.지나치게 확대해석하지 말라.

법무부의 중심이 장관이라면 검찰의 중심은 나다.내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차분히 의논해가면 풀릴 문제다.

●장관께는 뭐라 말씀드렸나.

그 부분에 대해 내가 말하는 것은 장관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검 부장들과는 무슨 얘기를 했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면 그런 얘기들은 묻지 말아 달라.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을 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
2003-03-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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