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특정대 없애면 학벌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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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2-20 00:00
입력 2003-02-20 00:00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을 경우에 학력(學歷)은 의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학력은 능력을 예고해주는 정보가 될 수 있고,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노동의 수요자(주로 기업)의 입장에서 고용에 따른 비용,즉 적합한 사람을 선별하는 비용을 줄여주는 신호로써 작용하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학력(學歷)주의는 학교교육을 통하여 능력을 계발하기보다는 졸업장의 취득에 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원리를 의미한다.학력주의를 따를 경우에 무조건 고학력을 얻으려는 교육수요의 상승욕구를 유발하게 되고,본인의 타고난 능력을 계발하기위한 학교선택보다는 소위 이름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에 몰두하게 된다.수직적 학력주의가 전자에 해당한다면,일류대학에의 집착은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학력(學歷)주의는 본인의 능력 계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적합한 인재를 활용하는 인재활용의 효율성을 낮추게 될 것이다.
학벌주의는 특정 학교 출신자들이 폐쇄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여,자신들의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과 행동원리를 의미한다.학력(學歷)주의가 경제적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행동형태라면,학벌(學閥)주의는 정치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특정 대학에 입학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독점적인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지역연고주의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뿌리 깊은 폐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학력(學歷)주의와 학벌주의는 학교교육을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일부 급진적인 사람들은 특정 대학을 없애면 자연히 학벌주의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또 일부의 사람들은 대학의 서열구조를 없애기 위해 대학 수준까지 평준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처방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문제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부모의 33.3%만이 대학의 간판이나,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교의 동창이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고 대답하여 사회적인 의식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최근 대기업들의 고용과 승진 결과들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점차 학벌주의가 줄어드는 통계를 볼 수 있다.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정착된다면 학력주의나 학벌주의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사회적인 현상으로서의 학벌주의는 실제적인고용,승진 관행과 함께 국민의 의식 변화를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을 통해 학력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점진적인 접근도 필요하다.앞서나가는 소수를 억제하고 막음으로써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급진적인 접근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능력에 맞게 개성을 신장해 나가도록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특히 교육적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적 접근이 필요하다.방송통신중학교와 방송통신고등학교의 운영을 통한 학력보완체제의 구축과,학점은행제의 확대를 통한 교육욕구의 충족은 학력주의와 학벌주의의 압력을 줄여주는 대안적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종 재
2003-02-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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