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잠 못이루는 밤’
수정 2003-02-19 00:00
입력 2003-02-19 00:00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과천정부청사가 뒤숭숭하다.새정부 대통령 비서실의 비서관 내정에 관료출신이 완전 배제된데다,경제부처 장·차관의 외부발탁까지 이루어질 경우 인사적체가 가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서열 파괴의 발탁인사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문제는 1급부터
현 정부에서 청와대에 파견나가 있는 1급 공무원들은 줄잡아 20명을 웃돈다.재경부 2명,금융감독위원회 2명 등 경제부처마다 1∼2명씩 되며,해외근무자까지 포함하면 2∼3명씩 된다.문제는 청와대에서 내려올 이들을 소화해 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현재 1급만 무려 11명인 재경부는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그렇지 않아도 인사체증이 빚어지는 터에 청와대 비서관 자리가 없어져 인사적체를 가중시킬 전망이다.예전 같으면 산하기관 등으로 옮겼으나,재경부 1급→산하기관장→재경부 차관 등의 오랜 관행이 더이상 지켜질지도 불투명하다.그이하 국·과장급까지 인사적체의 파장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관의 장관 승진이 변수
차관이 바로 장관으로 승진한다는 하마평이 있으나 관리들은 반갑지 않다.재경부의 경우 지금까지 다른 부처 장관을 거친 뒤 부총리(장관)로 승격되는 것이 관례.그러나 차기 경제부총리 후보로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 비관료 출신과 학자 등이 급부상하자 관리들은 착잡해한다.재경부내에서는 외부발탁이 될 경우 고위 간부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반면 ‘고참 관료’들이 많아 산하기관으로 갈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재경부 관계자는 “재경부가 인사적체를 빚으면 다른 경제부처,산하기관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관 ‘뒷자리’전망도 막막
재정경제부의 경우 지금까지 그래도 상당한 대우를 받아왔다.재정경제원 시절 차관을 지냈던 임창열(林昌烈)씨는 통상산업부장관,이석채(李錫采)씨는 정보통신부장관을 역임했다.현 정부의 초대 재경부 차관을 지냈던 정덕구(鄭德龜)씨도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엄낙용(嚴洛鎔) 전 차관은 산업은행 총재로 나가 있었다.
기수파괴로 후배기수의 차관이 장관이 될 경우 현재 차관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실제 일부 전직 차관들의 경우 현재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
●낙하산도 없어진다?
한 관리는 “경제부처의 전직 고위 간부들은 그동안 이래저래 산하기관 등에서 일할 기회를 가졌다.”며 “그러나 새 정부의 인사스타일을 보면 이같은 관행이 지속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또다른 관계자는 “이런 노후 보장의 메리트라도 없다면 엘리트 관료들의 사명감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주병철 안미현기자 bcjoo@
2003-0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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