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더위 팔기
기자
수정 2003-02-15 00:00
입력 2003-02-15 00:00
더위를 팔기 위해서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온동네를 다니며 미리 점찍어둔 친구들 이름을 불러댔다.“○○야” 이때 상대방이 “응”하고 대답하면 얼른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친다.만일 상대방이 먼저 알아차리고 대답 대신 “내 더위 사가라.”고 응수하면 꼼짝없이 그 친구의 더위를 사야 한다.그래서 친구 이름을 부를 때에는 되도록 더위 파는 사실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결에 불러야 한다.
대보름날 새벽에 더위를 팔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먹지 않고,산 사람은 더위 때문에 여름내 고생한다고 믿은 것이다.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한여름 더위 나기 준비를 했던 삶의 지혜가 느껴진다.그런 더위팔기 풍속도 이젠 사라지고 있다.우리네 전통 생활풍속들이 편리함만을 따지는 서구식에 자꾸 밀려나는 것이 안타깝다.
염주영 논설위원
2003-02-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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