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호 폭발 사고 밝혀지는 원인/온도감지기 손상 증거 속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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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2-04 00:00
입력 2003-02-04 00:00
|워싱턴·함부르크·휴스턴 외신|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을 유발한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왼쪽 날개부분의 충격과 온도감지기 손상 여부를 입증하는 새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고 승무원 7명 모두의 유해가 수습된 가운데 미국은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3개의 조사위원회를 구성,원인 구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 전문가,5가지 원인 제시

미 연방항공우주국(NASA) 프로그램 담당 국장 론 디트모어는 2일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 직전 왼쪽 날개 부분의 열이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NASA 관계자들은 왼쪽 날개쪽의 온도 상승은 특수 세라믹 타일의 손상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컬럼비아호에는 2만 4000여개의 내열 타일들이 부착돼 대기권 진입시 발생되는 엄청난 열을 견디게 한다.

디트모어 국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폭발을 야기한 확실한 결론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하나하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아폴로계획의 입안자로 참여했던 독일의 우주 전문가 하인츠-헤르만 쾰레도 열 저항시스템의결함이 컬럼비아호 공중폭발의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지상에서의 정비 실책 ▲컬럼비아호의 노후화 ▲지구궤도 재진입시 가장 약한 부분이 마찰되도록 한 관제 실수 ▲타이어 파손으로 인한 열 저항장치의 손상 등이 폭발을 일으킨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 위원회 구성

NASA는 2일 공군과 해군,교통부 및 관련 정부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 조사위원회가 퇴역 해군제독 해롤드 W 게먼의 지휘 아래 컬럼비아호 공중폭발 원인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3일 루이지애나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첫 회의를 갖고 수거된 컬럼비아호 파편들에 대한 분석작업 및 컬럼비아호가 하강을 시작한 이후부터 NASA가 수집해 놓은 각종 정보들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특히 사고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온도감지기 기록을 정밀 분석하고 파편 점검은 물론 군당국과 정부 및 상업위성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데이터도 분석한다.

●NASA 예산 증액

미 언론들은 3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NASA의 예산을 대폭 증액시킬 것을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부시 대통령은 또 그동안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삭감이 이번 참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조사도 지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NASA는 승무원 7명의 유해를 모두 수습,DNA분석을 통해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女우주인이 보낸 마지막e메일

|러신(미 위스콘신주) AP 연합|미 해군 군의관으로 첫 우주비행에서 희생된 여성 우주인 로럴 클라크(41)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공중폭발 전날인 지난달 31일 가족과 친구들에게 마지막 e메일을 보낸 사실이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클라크는 지난 ‘9·11테러’때 사촌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클라크는 지구로 보낸 마지막 e메일에서 24시간 뒤 자신과 동료 우주비행사 6명에게 닥칠 ‘재앙’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황홀한 광경과 임무수행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지구 위로부터 안부를 전한다.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전경은 진실로 경외롭다.”로 시작되는 e메일은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따라서 우리는 촌각을 아껴가며 과학적 탐사활동을 위해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녀는 “근시가 악화됐지만 전세계 과학자들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우주개발 어떻게 될까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 사고로 안전 문제를 둘러싸고 우주개발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번 참사가 우주개발에 주력하는 각국에 어떤 여파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계획 변함 없어

중국은 컬럼비아호 참사에 관계없이 올해 예정대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3번째 국가가 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신화통신은 2일 중국 수석 우주공학 전문가 천마오장 교수의 말을 인용,이번 사고는 중국의 우주개발 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92년부터 비밀리에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온 중국은 최근 올해 9차례에 걸쳐 우주선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우주과학기술집단공사의 장칭웨이 총경리는 “선저우 4호의 성공적 발사와 귀환은 중국 우주선의 안전성과 확실성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을 확신했다.

●일본 큰 차질 예상

컬럼비아호 공중폭발의 충격은 일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을 모델로 했다고 해서 ‘미니 NASA’로 불리고 있는 일본의 우주개발인 만큼 구명되는 추락 원인에 따라서는 전면적인 개발계획 수정도 예상되고 있다.우선 2007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일본의 실험동 ‘키보우’를 운용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ISS 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인원을 수송할 수단이 없어지게 되면서 지난 연말에 합의한 2006∼2007년이라는 본격 운영 개시를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ISS 운용의 차질은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우주 비즈니스에도 연쇄적으로 파급될 전망이다.

일본의 제약회사 22개사와 이·화학 연구소 등은 이달부터 ISS의 러시아 실험동에서 신약 개발과 관련된 단백질 제조 실험을 계획하고 있었다.다른 정밀기계 업체도 우주의 미소중력을 이용해 고성능 레이저 재료 결정을 만드는 준비를 추진 중이다.그러나 컬럼비아호 추락으로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주력 로켓 H2A의 확장형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우주개발 틈새 노려

컬럼비아호에 탑승했던 인도출신 칼파나 촐라 박사의 사망으로 개발도상국 중 우주 탐사에 가장 적극적인 인도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도 관계자는 그러나 1960년대 인도 우주개발의 막을 열었던 비크람 사라바이 박사의 말을 인용,“우리는 우주 탐사에서 선진국들과 경쟁하겠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인도가 유인 우주선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대신 인도는 인공위성을 개발,고해상도의 데이터 수집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인도는 이미 7대의 정보수집위성과 4대의 기상위성을 가지고 있다.

●우주개발 지속 여부 논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인류의 우주 탐험이 매우 어렵고 위험하며 사고를 피할 수 없을지라도 사고가 인류의 우주로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컬럼비아호 참사로 우주왕복선 운항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강혜승기자1fineday@
2003-02-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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