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
수정 2003-02-03 00:00
입력 2003-02-03 00:00
“경기는 경기,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황보영)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맞대결을 앞두고 한국의 황보영(24)과 북한 선수들이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북한은 3일 오후 5시 미사와 아이스 아레나에서 사상 첫 맞대결을 펼친다.북한의 승리가 점쳐지는 가운데 관심은 북한대표로 활약하다 지난 99년 귀순해 한국 국가대표가 된 황보영과 북한 옛 동료들과의 맞대결이다.
특히 황보영은 중고교시절 6년 내내 같은 반 친구로 지낸 신정란을 잊지 못하고 있다.신정란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먼 발치에서만 봤을 뿐 아직 한마디 얘기도 건네지 못했다.황보영은 신정란의 생일인 지난 1일 친구가 좋아하는 인형과 예쁜 목걸이를 선물로 준비했다.무슨말을 어떻게 할까,선물을 싫어하지는 않을까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전날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그러나 북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이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아 선물을 전달할 기회를 놓쳤다.
황보영은 자신을 대하는 북한 옛 동료들의태도가 차가워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지난 31일 북한-일본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옛 친구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자기도 모르게 “이겨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박수를 치며 열심히 응원했다.경기가 끝난 뒤 황보영은 서둘러 신정란을 찾았다.
그러나 보고싶던 신정란은 벌써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다른 옛 동료들만이 쌀쌀하게 황보영을 대했다.그리고 “너 좋아하기 아직 이르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 버렸다.
황보영은 마음을 다잡았다.“승패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오모리 박준석특파원
2003-02-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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