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중동 현지르포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01-20 00:00
입력 2003-01-20 00:00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육철수특파원|“미국이 아라크를 쳐 중동 석유를 장악하려 한다.”

“주요 참전국들은 벌써 이라크산 석유의 배분까지 끝냈다.”

“미국은 이라크군 야전지휘관들에게 이미 개별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후세인에게 협조하면 나중에 전범 처리하겠다는 통보를 해놨다.”

전운이 짙게 드리운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등 이라크 주변국은 “전쟁은 싫다.”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겉으론 평온하지만 이런 흉흉한 소문이 파다했다.

우리 교민과 지사·상사 직원,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도 내부적으론 긴박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됐다.우리 대사관은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대사관들이 철수하는 시점에 맞춰 교민들에게 전시행동지침을 내릴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쿠웨이트 주재 우리 대사관의 한 직원은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출국시키고,잔류 교민들의 안전을 최대한 지킨다는 계획을 다 짜놨다.”고 귀띔했다.

쿠웨이트에서 만난 현지 신문의 한 기자는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자구책으로 쿠웨이트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쿠웨이트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 ‘한통속’이어서 이라크에는 늘 ‘얄미운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거침없이 곁들였다.

쿠웨이트 국민은 1990년 8월 이라크의 공격으로 완전히 함락돼 5개월여 동안 점령지로 있었던 경험 때문인지 요즘 불시에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화생방 훈련을 실시해도 아무런 불평없이 받고 있다.우리나라의 한 건설회사 직원은 “지사와 상사 직원들은 본국으로부터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키라는 내부 지시가 내려진 상태지만 학교가 수업 중이어서 아이들을 미리 한국으로 보낼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중동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전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이 나라 상당수 국민도 방독면을 구입하는 등 점차 전시대비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왕족과는 달리 일반 국민 대다수가 반미 성향을 드러내 이 나라 정부(왕족)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정부는 “전쟁은 없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국민은 드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리 교민들은 일본이 이라크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어 전쟁이 터졌을 경우,반미감정이 극에 달한 이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을 일본인으로 오인해 위해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독일 등 일부 EU(유럽연합) 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이라크 주변국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특히 쿠웨이트는 ‘또 당할 수는 없다.’는 국민적 결속이 남달라 보였다.

ycs@
2003-01-20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