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비서실장 내정자 ‘현대 4000억원’ 발언 안팎/차기정부 ‘묵은 의혹’ 족쇄 풀기
수정 2003-01-16 00:00
입력 2003-01-16 00:00
그러나 문 내정자의 발언은 청와대의 신경을 자극하는 동시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정치적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4000억원 지원설 등 DJ정권에서 제기된 의혹을 현 정부는 털고 가야 한다.”면서 “나는 사건의 실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나 집권자나 청와대는 알고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그러면서 “고백할 것이 있으면 고백해서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거액의 대북지원이 사실에 가깝고,현 정부는 차기 정부를 위해 있는 사실을 실토하라는 압박성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언 당시의 상황을 따져보면 문 내정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별다른 뜻없이 즉답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느낌이다.그는 답변 중 “나도 진위 여부 등 사실을 모를 뿐만 아니라DJ도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는 발언 직후 말썽이 일자 “어떤 사실을 알고 한 말이 아니고 비(非)보도를 전제로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노 당선자측이 대통령 취임을 한 달여 앞두고 앞으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현 정부가 과거청산 작업을 매듭지어 달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띄운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소수 정권의 한계를 안고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로선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야당이 초반부터 과거정권의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으면 원만한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보고,문 내정자가 ‘대야 무마용’으로 슬쩍 거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의 관철을 위해 대통령직인수위법과 연계처리 전략까지 내비치며 16일 여야 총무회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의 핵심 요직 내정자가 미묘한 사안에 대해 불쑥 말을내뱉음으로써 파문을 가져온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발언은 당선자의 의사와 무관하며 이 문제를 놓고 노 당선자가 문 내정자와 사전에 논의하거나 교감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2003-01-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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