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盧 당선자의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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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1-13 00:00
입력 2003-01-13 00:00
미국의 대통령학 학자들은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의 경험을 분석하여 취임 전 국정운영 준비를 잘한 당선자들은 취임 후 대체적으로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그러지 못한 당선자들은 대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또 이러한 국정운영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국정비전 정립’과 그에 따른 정책개발이라고 한다.왜냐하면 당선자의 국정 비전은 조직구성과 인원충원을 포함하는 새로운 정부구성의 가장 중요한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정비전 정립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노 당선자가 선거과정 중에 발표한 선거공약으로,이는 그의 미래 정부가 국민과 맺은 약속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그러므로 노 당선자는 먼저 선거 공약 중 실천 가능한 공약을 선택하고 이것이 그의 국정비전과 정부 구성에 철저히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단순히 선거용으로 제시했던 실천가능하지 않은 공약은 자신의 인기가 높은 이양기에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5년 후,노 당선자의 대통령으로서 업적평가는 국정운영 결과가 국정비전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대선 과정에서 우리는 노 당선자의 선거공약용 국정비전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수도의 충청권 이전’,‘햇볕정책 지속’ 등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뚜렷이 남은 것이 거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따라서 그는 취임하기 전까지 자신의 국정비전을 명확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노 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업적을 이룩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우며,상당한 행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또한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이 여러 국정목표들을 달성하기에는 무척 짧은 기간이라는 사실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노 당선자는 과욕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임기 내 일관되게 챙겨 달성할 수 있는 소수의 국정운영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를 국민에게 단순하고 짧게 반복하여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어야 한다.실제로 국민들은 대통령의 여러 업적들을 기억하지 못하며 일반적으로 큰 업적이나 실정만을 기억할 뿐이다.
미국의 경우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과 노예해방’,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극복’,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와 암살’,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성추문’ 등으로 국민에게 기억될 뿐이다.
우리의 대통령들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과 유신독재’,전두환 대통령은 ‘광주사태’, 김영삼 대통령은 ‘IMF’등 업적보다는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여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을 수행한 우리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노 당선자의 경우도 치열한 대선 과정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자신의 국정비전으로 국민들을 리드하기보다는 여론조사에 의해 파악된 ‘다수’를 좇아왔고,남북관계와 한·미관계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했다.따라서 노 당선자는 허울 좋은 업적 쌓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국가발전을 위해 역사의식을 가지고 여론과 국민정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특히,현재 야당인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넘는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국 아래서는 노 당선자가 명확한 국정비전의 정립을 통해 능동적으로 여론과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다.
함 성 득
2003-01-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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