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팀워크도 경쟁력이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3-01-06 00:00
입력 2003-01-06 00:00
연말이면 어느 회사든지 송년회를 한다.내가 일하는 회사도 송년회를 가졌다.우리 회사 송년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으로는 개인별로 한해 동안 일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했던 일과 미안했던 일을 얘기하는 시간이 있다.

자기 순서가 된 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다.“올해 승진에 누락되어 괴로웠습니다.누락 통보를 받던 날 동료에게 부탁해 함께 한강변에 나가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그의 얘기를 들으며 그가 겪었던 마음 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리고 평상시 그렇게 강인해 보였던 그 역시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약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 더욱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사람은 자녀의 교육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해외에 나가 몇년을 일하다 귀국하니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습니다.자기의 뜻과 상관없이 아빠의 직장 때문에 해외에 따라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괴로운일이었습니다.아빠로서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 주어야 했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지난 몇년간 종종 긴 휴가를 내었던 때를 기억해 보았다.그의 휴가는 어디로 놀러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었던 것이다.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아마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종종 긴 휴가를 내는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날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긴 휴가의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안타까워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날 송년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의 감정을 울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송년회를 마치고 헤어지는 시간에 서로 악수를 나누면서 나는 전과 다른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이렇게 가족들이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직장 동료들과 하게 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그것은 팀워크의 강화가 아닌가 한다.구성원 서로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형성되는 팀워크 말이다.송년회에서 각자 마음의 한 구석을 보여주고 들여다보기도 한 사람들은 전보다 말도 더 잘 통하고 서로간의 아쉬운 얘기도 더 쉽게 하게 될 것이다.경영학에서 말하는 팀워크가 주는 경제적인 효과는 구성원간의 의사소통 비용이나 거래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다.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전보다 더욱 높은 생산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경영학이 추구하는 높은 생산성과 인간의 감정적인 필요의 충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서로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경영학의 대가로 통하는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현대경영의 실제’에서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회가 발전하면서 기업의 경영도 복잡해지며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팀을 구성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의 필요성은 경영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사회가 발전하며 복잡해질수록 거의 모든 일들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팀을 이루어야 할 수 있게 된다.

팀워크는 우리가 일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중요한 팀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진지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준 유익한 송년회였다.
2003-01-06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