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외모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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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1-03 00:00
입력 2003-01-03 00:00
새해 들어 포털사이트 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전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새해 소망을 조사한 결과,응답자 7만 7540명 가운데 33.4%인 2만 5865명이 ‘살 빠지고 예뻐지는 것’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고 한다.이와 비슷한 33.3%(2만 5858명)의 어린이는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소망을 나타내 70%정도의 어린이가 ‘예뻐지고 공부 잘 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용돈을 많이 받았으면’(8.9%),‘친구를 많이 사귀었으면’(6.2%)하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소수다.내실을 기하기 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어린이가 가장 많다는 소식은 아무래도개운하지 않다.
응답자의 남녀 구성비나 이유는 조사되지 않아 모르겠으나 또 다른 조사결과를 보면 ‘이성 친구와 사귀기 위해서’가 절대다수다.이 같은 이유는 중·고교생 등 청소년으로 올라가면 더욱 뚜렷해지고 대학생이라든가 취직을 앞둔 젊은 이들에 이르면 ‘취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추가된다.각종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에 응하는 청소년들 가운데 ‘외모 상담’이 가장 많으며 여드름이나 얼굴 크기 등 사소한 문제로 이성에 자신없어 하고 비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지난해 취직 면접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이 20%이며 남성도 10%나 됐다는 점 역시 세태를 반영한다.중년 남녀의 외모가꾸기 열풍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 바람이 이제 어린이들에게까지 확산됐음을 확인하는 정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 한다.오늘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면 그런 사회 환경을 만든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새해에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인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인물인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최홍운 수석논설위원 hwc77017@
2003-01-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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