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길섶에서]순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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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2-26 00:00
입력 2002-12-26 00:00
새해를 눈앞에 둔 지금,이 땅에 메말랐던 순리(順理)의 힘이 저 밑에서 솟구치고 있다.지금까지와는 다른 역동적 힘이 큰 강을 이루고 있다.물색도 푸른,미래지향적 색깔이다.남들에게서도 무언지 모를 강한 자부심과 자신감이묻어난다.순리와 옳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하면 착각일까.재물이나,명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때마다 알려주는 자명종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새해는 그래서 좋다.

“내 해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고/남이 한다 하고 의(義)아니면 좇지 마라/우리는 천성(天性)을 지키어 생긴 대로 하리라.” 고려·조선의 문신이며 문장가로 유명한 변계량의 시조다.학창시절 뜻도 제대로 모르고 배운 시조 한수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지난 한해 남을 아랑곳않고 내 고집만을피운 것은 아닌지.옳음을 멀리하고 시류나 좇지는 않았는지.천성을 잊고 순리대로 살지 못한 것을 지난 세월 탓으로 돌리는 나약함을 책망해 볼 시간이다.



보는이에 따라 순리와 역리는 종이 한장 차이다.새 세대들은 순리의 참모습만을 배워야 한다.저 멀리 새해가 뜰 준비를 하고 있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2-12-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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