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길섶에서]겨울나무
기자
수정 2002-12-24 00:00
입력 2002-12-24 00:00
나무들이 겨울에도 샛노란 은행잎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연말 기분을 탐하는 세상사람들 때문일 것이다.나무는 그래서 애써 싫은 기색을 감추고 은행잎을 보였다,감췄다 하며 우리들을 유혹한다.그러다 우연히 밑을 지나는 우리들에게 하소연을 한다.“너희들은 예쁘다고들 하겠지만 나는 죽을 맛이야.밤중 내내 맨몸으로 뜨거운 불전구와 씨름하느라 온 몸이 화상투성이라구.” 사람들은 외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반짝하는 불빛도 없다면 도대체 무슨 연말 재미가 나겠어.”
남의 처지나 입장을 생각하는 것도 능력이다.나무들의 뜨겁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
이건영 논설위원
2002-1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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