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 집권능력 검증] ③ 국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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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2-18 00:00
입력 2002-12-18 00:00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집권시 당과 정부,그리고 청와대비서실과 국회의 운용전략은 노 후보 자신의 부분적 언급만 있을 뿐,구체적인 청사진은아직까지 안개속이다.
노 후보 주변에서도 집권을 가정한 구상들에 대해서는 극구 언급을 꺼린다.선대위 간부들은 물론 실무진에게도 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령까지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노 후보의 당·정·청·국회 운용전략은 노 후보의 평소 언급과 민주당의 당헌·당규,그리고 현행 헌법 정신 등을 통해 추론해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노 후보가 철저한 법과 규정준수를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사회 대통령의 리더십이 점차 ‘민주적 리더십’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노 후보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시절보다 한층 성숙된 민주적 리더십을 추구할 전망이다.
먼저 민주당과의 관계는 당정분리 원칙에 기초할 전망이다.현재도 노 후보는 대통령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당 총재가 아닌 평당원에 불과하다.다만 대통령 당선시 취임전 자신이 주도,민주당을 재창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월 특대위 활동을 통해 당정분리 원칙을 당헌·당규에 명문으로 규정했다.노 후보도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이 집권할 경우에는민주당 운영은 전적으로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이전 대통령들이 여당의 총재로 당운영을 좌지우지하던 선례는 재현되지 않을 전망이다.2004년 총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공천때도 상향식공천 원칙이 명문화됐기 때문에 상징적인 역할 정도만 예상된다.당운영과 소속 의원들을 좌지우지할 통치자금이 사라진 구조적인 문제도 당장악력을 현저히 저하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행정부 운영에 대해선 노 후보가 책임총리제 실현 의지를 여러차례 내비쳤다.노 후보는 또 최근 사석에서 의외의 인사를 총리로 임명,국민통합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면서 총리의 권한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겠다는 의지를 밝힌것으로 전해진다.당연히 조각 때는 총리의 의견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많이반영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후보단일화 약속에 따라 국민통합21과 정몽준대표의 국정참여 여부와 형태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노 후보는 또 개각은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해지지만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의 정당구도 속에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조기 정계개편이나 내후년 총선을 통해서 여대야소가 될 경우에나내각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국회 운영도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노 후보는 그러나 의원빼오기 등을 통한 무리한 정계개편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원칙주의자여서 운용의 묘를 살려갈 전망이다.특히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갈 수 있으면 무리는 안 할 것 같다.
이춘규기자 taein@
◆이회창 후보-능력우선 인사
한 국가의 대통령이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는 결국 국정운영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우리의 경우 청와대와 내각,정당,국회 등의 관계를 어떻게원활하게 이끄느냐가 관건이다.때문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미리 공개하지는 못하지만,나름대로 이 부분과 관련된 집권 청사진을 가다듬고 있다.
#장면1:감사원이 청와대 비서실의 비리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하자,검찰은 지체없이 수사에 나선다.
#장면2:장관이 총리의 결재를 거치지 않은 보고서를 가져오자,대통령은 호통을 치며 총리의 결재를 받아오라고 지시한다.
#장면3: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하겠다고 보고하자,대통령은 국민 대의기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직접 연설을 하겠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말 이런 장면이 그려질까.그를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은 물론 “그렇다.”라고 입을 모은다.그 근거로 드는 것이 이 후보의 ‘법(法)대로’ 마인드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총리를 지낼 때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정면대립을 불사했던 모습,감사원장 재직시 감히(?) 청와대 비서실 감사에 나섰던 모습이 그의 진면목이란 주장이다.
5년간 대여 투쟁을 이끄느라 법대로 이미지가 퇴색한 듯하지만,이 후보의발상법은 여전히 법대로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아닌 게 아니라,이 후보는 최근까지도 정치권의 개헌 주장에 대해 “현행 헌법의 정신을 잘 살리면….”이란 말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는데,여기에는 ‘법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데서 모든 부조리가 발생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인생의 상당기간을 법관으로 산 이 후보로서는 법을 이탈하는 일이 자존심을 버리는 일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그의 국정운영 방식을 예측하려면,근거없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관련 법을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낫다.”
이런 지적이 맞는다고 전제하면,이 후보는 무엇보다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각종 결재를 총리를 거치도록하고 실질적인 각료 제청권도 인정해주는 것이다.내각 구성에서도 이 후보는 그동안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는데,이는 정부와 민간을 통틀어 분야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장관으로 기용하겠다는 ‘능력 지상주의’를 의미한다.
이 후보는 청와대비서실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참모기능만 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과거 정권처럼 비서실이 내각 위에 군림하면서 법을 전횡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같은 맥락에서 ‘권력의 시녀’란 비판을 받아온 검찰과 국정원의 중립화도 미루기 힘든 사안이다.
이 후보가 집권하면 입법부와 사법부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명실상부한 3권분립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어차피 한나라당의 당권·대권이 분리돼 있는 데다,이 후보 스스로 현역 의원을 각료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국회를 좌지우지할 명분이없는 상황이다.이 후보가 대법관까지 역임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권위도 최대한 보장해줄 것이란 전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2002-12-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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