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위험한 환경문맹
기자
수정 2002-12-09 00:00
입력 2002-12-09 00:00
벽보를 보니 일곱 명의 후보가 지도자가 되려고 얼굴을 내걸었다.찬바람이몰아치는 골목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얼굴을 일별하면서 “모두 마찬가지다.한 가지가 빠져 있어.”라고 중얼거리게 된다.그들 모두 ‘내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내건 공약이라는 게 ‘박정희-김대중’ 시절 공약의 동어반복인 것만 같다.모든 주자들이 표현은 다르지만,‘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원칙있는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하지만 인류 전체가 종의 동시적 절멸이냐,그 파국을 지연시키며 공생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치열한 현실인식에서 비롯한 ‘살림의 공약’과 ‘희망의 약속’은 보이지 않는다.모든 주자들이 지금보다 더풍요로운 사회와 지금보다 더 정의로운 배분을 약속하고 있다.하지만 그런사회를 만들어 유지하기 위해 치르게 될 미증유의 대가,즉 생명파괴와 자원고갈,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완전히 결여돼 있다.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주장하면서 10년 넘게 ‘녹색평론’을 펴내고 있는 김종철교수가 언젠가 탄식한 적이 있다.“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숲이 사막화하고,마음 놓고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이제 거의 없다.그런데 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까?” 그것은 대선주자들이 스스로에게도,국민에게도,역사에도 거짓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정직한 사람과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구별되는 듯도 하지만,그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치명적인 한계는 산업사회적 삶에 대한 반성이 근원적으로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그들이 건설하려는 사회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호화여객선’이라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런 위기감에서 비롯된 혁명적인 삶의 혁신을 주장하는 일이 표를 모으지 못할 일이어서 기만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더 문제다.대선주자들에게 우리 사회나 개개인이 닫힌 생태계 속의 한 고리에 불과하다는 교육을 철저하게 다시 시켜야 할 때이다.
최성각 소설가 풀꽃세상 사무처장
2002-12-09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