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노동자 일기 공개/“돈없어 집에 전화도 못해”불법취업뒤 심장마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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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29 00:00
입력 2002-11-29 00:00
“2001년 8월18일 맑음.당신과 아들 생각에 잠이 안 와요.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아직 멀었어요.아버지의 병환은 어떠한지?당장 전화카드 살 돈이 없어 한달 후에나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저 혼자 중얼거릴 뿐….”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는 28일 2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지난 4월22일 숨진 중국계 불법체류자 따이싱잉(36)의 일기를 공개했다.중국어로 쓰여진 일기는 남편의 장례를 치르러 왔다 장례비용이 없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내 리양잉(36)이 보관해오던 것이다.

일기에는 불법체류자의 고단한 일상과 가족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장님은 회사가 세 개나 되는데 너무 인색하다.하루 종일 시멘트와 벽돌을 메고 날라 5만 4000원을 벌었다.한국사람은 7만원을 받는다.내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적게 준다고 한다.한국어는 돈과 같다.” 지난해 12월4일자 일기다.

병원에서는 따이싱잉의 사인을 동맥경화성 심장질환으로 보고 있다.회사측에서는 유족에게 장례비용 800만원을 약속했지만 그의 아내는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싸늘한 시신은 8개월째 병원에 보관돼 있다.

한국에 올때 진 빚 1000만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체류비를 벌기 위해 일당 3만 8000원을 받고 잡일을 하고 있는 리얀잉은 “남편 장례를 치르고 하루라도 빨리 한국땅을 떠나고 싶지만 돈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
2002-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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