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김은숙 부활 날갯짓
수정 2002-11-29 00:00
입력 2002-11-29 00:00
김은숙은 지난 94년 본격 출범한 한국 여자축구의 ‘1세대’.91년 고교 진학 직후 그냥 운동이 하고 싶어서 축구를 시작했다.2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것을 포함,10여년의 선수생활 동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것만4차례.울산전문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95년말 INI스틸(인천제철)에 입단했다.
팀의 주장이자 맏언니로서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하려던 그는 꼭 1년전인 지난해 11월 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을 주도하다 쫓겨났다.스물여섯이라는 나이 탓에 불러주는 팀도 없었다.고교 은사의 소개로 서울신상계초등학교 코치를 맡았고,만년 꼴찌를 맴돌던 팀을 단숨에 강호로 끌어 올렸다.1년 동안 서울시대회에서 두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고,전국대회에서도 3위에 올랐다.김은숙은 “당시의 1년이 12년간의 선수생활보다 더 값졌다.”고 자랑스러워했다.뛰고싶다는 열망을 주체하지 못해 “그 나이로는 1년짜리”라는 주위의 만류도 뿌리치고 다시 선수 유니폼을 입은 김은숙은 “1년이 될지,10년이 될지는 하기 나름”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의 마지막 꿈은 두 가지.팀의 트레이너를 맡은 동기생 이미연과 함께 신생팀 돌풍을 일으키는 것과 가르치던 아이들이 제대로 커 가도록 돌보는 것.특히 그는 “가르치던 아이들이 자질은 충분하지만 대부분 가정이 어렵다.”면서 “형편이 나아져 이들에게 우유라도 실컷 먹게 해 주는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2002-11-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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