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부자료 공개에 대한 각 당 의 반응
수정 2002-11-29 00:00
입력 2002-11-29 00:00
한나라당이 28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얻은 도청자료라며 공개한 문건(A4지27장 분량)에 등장한 한나라당 인사들은 하나같이 “맞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이유로 정확한 입수 경로 등을 밝히지않았으나,정형근(鄭亨根) 의원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얻었다는 설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내가 했던 말과 거의 100% 일치한다.”면서 “내가 차세대 리더를 키우자고 주장한 내용의 전화통화는 핸드폰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자신과 같은 당 안상수(安商守) 서상섭(徐相燮) 의원간 대화내용을 담은 문건에 대해 “다 맞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는 “부산에서 떠나기 전 당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거의 일치한다.”면서 “재야에 있을 때 항상 도청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나오는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도 “그러한 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金富謙) 의원도 “맞는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김종하(金鍾河)의원은 “당시 내가 국회부의장이었을 때의 일인데 아마 의원회관에서 도청을 당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오석영기자
★민주당.국정원 반응
한나라당이 28일 폭로한 ‘국정원 도청자료’에 거명된 민주당 인사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대부분 펄쩍 뛰었다.국정원측도 문건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터무니없는 내용을 발표한 데 대해 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응분의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흥분했다.이어 “과거 정보기관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한나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후 정치권이 혼탁하게 오염됐다.”면서 “양당과 모든 기관이 참여,도청에 관해 철저한 국정감사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래(李康來) 의원측도 “(민주당)국민경선 진행 당시 이인제 의원은 중립지대에 있었고,노무현 후보를 돕기 시작한 것은 4월 말 경선이 끝나고 한참 뒤 전략기획팀장을 맡으면서부터”라면서 “시점상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정보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글자체나 문맥 등 형식과 내용면에서 국정원 어느 부서에도 없는 괴문서”라며 사설 도청자료이거나 시중 정보지 내용을 옮겨놓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 직원 누구도 그런 문건을 본 일이 없으며,내용상으로도 국가기관에서 작성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조잡하고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문건은 공작정치에 능한 자들이 사설 공작대를 동원해 자체 도청을 실시했거나,일부 시중의 사설정보지에 거론되는 정치적 유언비어를 옮긴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나라당에 작성자와 장소 및 입수 경로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언론인 반응
한나라당이 공개한 ‘국정원의 도청자료’의 진위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거론되는 언론사 관계자 등은 “대체로 맞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자료에서 한국 광고주협회장으로부터 “동아일보 정부비판 자제시켜라.”는 통화내용이 기록된 데 대해 동아일보 김학준(金學俊) 사장은 28일 저녁 “그런 취지의 전화를 받아 의례적으로 답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 당시 3건이 도청된 것으로 자료에 나와 있는이인제(李仁濟) 의원은 사실관계에 대해 딱부러진 확인도,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경선 때 지구당위원장들과 수없이 통화했다.”면서 “오래된 일이라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한 조간신문 기자는 “김원웅(金元雄) 의원과 통화한 내용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당시 김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설이 나돌아 취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간신문 기자도 “그 무렵 석간신문에 나온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김만제(金滿堤) 의원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도 “김홍신(金洪信) 의원 보좌관과 통화했었다.”고 말했다.연합뉴스의 다른 기자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취재하기 위해 전화한내용인 것 같다.”고 기억을더듬었다.
이들 기자는 대체로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해당 의원실로 전화를 했던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지운기자 jj@
2002-11-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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