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保·革구도 ‘NO’/한나라.민주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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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29 00:00
입력 2002-11-29 00:00
12월 대선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간 양강(兩强) 대결로 펼쳐지면서 ‘보혁(保革)구도론’이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으나 양 당은 이런 구도 고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27일 부산 거리유세에서 “우리는 이념 대결을 원하는게 아니다.”며 보혁구도론을 적극 부인했다.같은 날 출마의 변에서도 그의노선을 중도개혁으로 자처했다.지난 26일 여성정책토론회에선 “노 후보진영에 우리 당에 있다가 간 보수세력도 있고,우리 당에는 합리적 진보세력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보혁구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일부 기자들이 이번 선거를 이념 대결로 기사를쓰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다 안고 갈 것”이라고강조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을 노 후보의 ‘급진성’ 대(對) 이 후보의 ‘안정감’으로 끌고갈 계획이었다.이 후보는 지난 25일 한 지역방송과의 토론회에서 “(이번 선거는)급진적이고 불안한 세력과,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경험과 경륜이 있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전략을 수정한 데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념대결에 대한유권자들의 공감대가 크지 않은 데다,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 대한 폭넓은 흡입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대 개혁성향의 표뿐만 아니라,넓게는 40대 초반까지 노 후보쪽으로 급격히 돌아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이번 대선이 보혁 대결로 번지는 것을 적극 차단하는 모습이다.이번 대선의 무게중심이 지역주의와 이념대결로 흐를 경우,노 후보가 주창하는 정치개혁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이 진보정당도 아니고,저도 진보노선으로 가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은“진정한 보수는 지켜야 할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도덕성을 보여야 한다.”고 전제,“자식을 군대에 안 보내고,지역구도와 탈세를 옹호하는 ‘이회창식보수’는 위장 보수이자 수구 기득권의 고집”이라며 역공을 취했다.

결국 양 후보진영이 보수(保守)와 혁신(革新)이라는 이념대결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한 중도성향의 표심잡기로 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양당의 경쟁이 팽팽할수록 어느 쪽이 중간 부동층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면서 “선거가 임박해지면서 각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결국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양 후보진영의 노선은 중간층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도 당내 예비선거에서는 각각 보수·진보 성향을 뚜렷이 보이다가 본선에서는 상대 지지층을 흡인해오기 위해 색채를 흐리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2002-1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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