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新 관치금융,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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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26 00:00
입력 2002-11-26 00:00
‘약이냐,독이냐.’최근 한달여 사이에 쏟아진 가계대출 억제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계 투자기관인 JP모건은 “예측할 수 없는 가계대출 규제정책이 너무강하게 한꺼번에 쏟아져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면서 한국의 ‘규제관련 리스크’를 경고하고 나섰다.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도 한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소비가 얼어붙으면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며 한국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노력이 뜻밖의 실패에 직면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반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70%를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모범생’의 머리 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말로 가계대출 억제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댐 수문을 한꺼번에 틀어막을 경우 강 수위 조절은커녕,생활용수도 부족할수 있다는 논리와 지금 댐 수문을 막지 않으면 강물이 범람할 수 있다는 논리의 대결로 비유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주택담보 대출비율 축소,가계대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및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 가계대출 간접 규제책을 잇달아 내놓았다.그럼에도 월 6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10일부터 ‘창구지도’라는 형태로 직접 규제의 칼을 뽑았다.가계대출이 과다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고 엄포를놓으면서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했다.연간 소득대비 총부채가 250% 이상인 고객에 대해 벌칙성 금리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관치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윽박지르기식’ 규제를 동원해서라도 가계대출을 억제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하지만 모든 금융기관의 돈 물꼬를 규제하는 식의 접근방법은 내년부터 개인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지금까지 경기를 지탱해온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 소비심리마저 급격히 위축될경우 디플레이션 위험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내년에도 5∼6%의 성장을 유지하려면 소비증가세는 최소한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신규 대출자뿐 아니라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대출자까지 ‘부채비율 250%’라는 새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현재 개인대출자의 60%가 부채비율 250%를 넘는다.더구나 지금까지는 개인부채비율이 아닌 담보여력이 대출심사의 잣대였다.따라서 은행들이 충분한 담보를확보하고 있음에도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벌칙금리를 부과한다면 대출자로서는 반발할 게 뻔하다.

내년에는 5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 정보도 금융기관 사이에 공유하게 된다.저소득층과 젊은층의 대량 신용불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지금도 경제활동인구의 10%가 넘는 240여만명이 신용불량자다.젊은층의 신용불량은 고령화사회를 뒷받침해야 할 계층의 경제 활동을 묶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없다.금융기관들은 대출 창구가 규제되면서 돈이 남아돌자 의사,변호사,우량기업 직원 등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세일에 나서고 있다.말하자면 없는 사람들의 돈을 긁어다가 있는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꼴이다.



풍선 한쪽을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기 마련이다.그러나 지나친 힘이 가해지면 터진다.가계대출 억제책도 마찬가지다.신규 여신 억제에만 초점을 맞춰야지 전체 여신으로까지 압력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상환 만기가 돌아오는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일부 상환,일부 연기라는 탄력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할 때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2002-11-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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