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역선택 방지 실패/ ‘단일화 여론조사’뒷 얘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2-11-26 00:00
입력 2002-11-26 00:00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씨 사이의 대선후보 단일화 운명을 갈라놓은 여론조사 설문 문항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단일후보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였다.본선경쟁력을 강조한 국민통합21과 단순지지도를 선호한 민주당측의 이해관계가 조화된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 협상팀의 승리였다.통합21측은 협상 내내 유리한 문항이라고 흡족해 했지만 설문 응답자가 주목하는 조사원의 목소리는 결국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마지막 문구라는 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실제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의 경우 노 46.8%,정 42.2%로 최근 두 후보의 단순지지도와 비슷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지난 24일 조사결과가 나오기 직전 “문항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그런데도 통합21측은 “동일한 문항으로 자체조사를 했더니 정 후보가 높게 나왔다.”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있었다.

통합21은 역선택 방지에도 실패했다.이 후보 지지층을 응답에서 제외하고 23∼25일 사이 이 후보의최저지지율(30.4%) 미만은 무효화하는 안전장치까지 뒀지만 백약이 무효였다.이번 조사에서 대구·경북지역의 노 후보 지지율이 65%로 나타나자 통합21의 한 관계자는 “안전장치가 느슨했다.”며 “원안대로 이 후보의 최근 2주간 평균지지율(34.5%)로 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민주당측이 조사에 들어가기 직전에 통합21측을 설득,‘최소지지율’로 문안을 수정하며 마지막까지 매달린 것과 대조적이다.한 조사전문가는 “통합21이 지나치게 역선택을 우려하다 보니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역선택을 하도록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그는 “민노당 지지자 등이 단일후보로 노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기관 선정도 말이 많다.민주당측은 지난 24일 월드리서치가 국민일보와의 공동조사에서 정 후보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자 긴장감에 휩싸였었다.그러나 정작 단일화 조사에서는 월드리서치 결과가 무효로 나오자 안도했다.반면 통합21의 한 관계자는 “좀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탄식했다.유례 없는 휴일 조사란 점에서 기관탓만 하기에는 예견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조사기관의 희비도 엇갈렸다.승자인 민주당은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R&R을 치켜세운 반면 월드리서치는 인지도는 올라갔을지 몰라도 조사결과가 무효가 돼 씁쓸한 표정이다.

박정경기자 olive@
2002-11-26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