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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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23 00:00
입력 2002-11-23 00:00
날씨가 추워지면서 자꾸 손이 목덜미로 올라간다.함박눈이라도 내린다면 더욱 그러할 것.어릴 적 이맘때면 어머니가 대나무 바늘을 밤새워 놀려가며 짜주던 헌 털실 목도리 하나가 목을 감싸고 있었을 텐데.내 목도리에서는 어머니의 냄새가 났다.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이 추운 밤,나의 집엔/녹슨 난로에서 끓고 있는/옥수수차 한 잔이 있고/시린 두 발을 덮어 줄/아랫목이 있습니다./낡은 목도리를 여미어 줄/아내의 손길이 있습니다./오호라/나는 가진 자임을/부인할 길 없나니….”

요즘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는 남자 직원들이 점심시간마다 털실과 바늘을 들고 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목도리 짜는 법을 배워 불우이웃들에게 자기가 짠 목도리를 선물하려고 한다는 것.올이 고를 리야 없겠지만 그 사랑만은 장밋빛 스카프보다 더 곱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5년전 ‘IMF’때부턴가 ‘자라목’으로 움츠러든 주변의 사람들.올 겨울,목도리가 이들의 기(氣)를 조금이라도 살려줬으면 좋겠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2-11-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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